정부는 북한의 개성공단 전면 재검토 통보를 남북당국 간 대화의 계기로 삼을 계획이지만 북한은 당분간 당국 간 접촉을 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밝힌 토지이용과 근로자 임금 현실화 문제의 주체가 당국이 아닌 현대아산 등 민간으로 돼 있어 이들과의 직접 접촉을 선호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2일 MBC 라디오의 '손석희의 시선집중' 프로그램에서 "정부는 (후속 접촉을) 남북당국 간 회담으로 만들고 싶어하겠지만,원래 현대아산과 토지공사가 정부를 대신해 북쪽과 얘기를 주고받아 결론을 낸 것이기 때문에 그쪽에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이번 개성접촉 결과 개성공단만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가 앞으로 좀 더 복잡해지거나 험악해지는 상황으로 끌려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도 "정부는 남북 대화를 생각하는 것 같지만 현재 북측이 당국 간 대화를 기피하고 있어 당국 간 대화는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은 현재 미국의 대북정책을 변화시켜 미국과 대화하려고 압박하는 큰판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대화에 나설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어제 개성 '접촉'도 북측이 당국 간 회담 형식을 기피하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며 "다만 북측이 종전과 달리 기업을 부르지 않고 당국을 부른 것은 '개성공단이 이렇게 어려워지는 것은 남측 당국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번에 재협상을 요구한 항목 중엔 근로자 임금을 중국 수준으로 올리고,숙소를 지어달라는 게 포함된 것으로 안다"면서 "중국 수준의 임금이라면 현재의 약 75달러에서 거의 3배 수준인 200달러로 올라간다. 북측이 개성공단 폐쇄를 사실상 선언한 셈"이라고 당국 간 후속 접촉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반해 북한의 의도를 역이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양무진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북한의 개성공단 사업 전면 재검토 통보는 우리 정부가 그동안 주장해온 6 · 15와 10 · 4선언 전면 재검토의 맞불 성격으로 볼 수 있다"면서 "우리 정부는 협상 의제를 개성공단에 함몰시키지 않고 군사 · 남북경협 · 인도적 지원 문제 등 포괄적인 대책을 마련해 나간다면 북한이 오히려 당국 간 접촉에 적극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