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문제 `선긋고 털고가기'

`정동영 뇌관'에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박연차 리스트' 연루 문제까지 터지자 민주당이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공천 내홍을 추스를 틈도 없이 엎친데 덮친 격으로 검찰발(發) 메가톤급 악재가 뒤엎으면서 4.29 재보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총선을 거치면서 그토록 벗어나고자 했던 노 전 대통령의 짙은 `그림자'가 또다시 엄습하자 재보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 정권에 대한 심판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오히려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하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선긋기에 나선 것도 이번 기회에 털고 갈 부분은 조기에 확실히 해소함으로써 재보선에 끼칠 파장을 최소화하겠다는 차원으로 보인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의 전날 대국민 사과문에 대해 "불행한 일로, 재임기간 돈을 받은 경위와 그 성격에 대해 진위를 밝혀야 한다"며 "노 전 대통령의 정중한 사과가 필요하며 살아있는 권력이든 죽어있는 권력이든 성역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선 최고위원도 "성수대교가 무너지는 충격과 자괴감을 느꼈다"며 "검찰은 한 점 의혹 없는, 예외없는 수사를 통해 국민에게 진상을 공개해야 하며 대통령 비리관련 특별감찰기구를 만들어 사전 예방조사를 강화하고 범법행위를 가중처벌하는 특별법 제정을 당론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 직전 노 전 대통령측과 이명박 당시 후보측이 만나 BBK수사와 관련, 당시 청와대가 불개입하고 그 대가로 `노무현 로열패밀리'의 뒷날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빅딜설 의혹이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까지 들어가며 "사실이라면 권력을 개인의 노리개로 삼는 희극으로, 응징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세균 대표는 노 전 대통령 문제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이번 재보선은 경제 무능, 특권 세력을 심판하는 선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재선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은 더이상 당원이 아닌만큼 당과 직접 연관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고 말했다.

친노 그룹은 "더이상 할 말이 없다"며 일제히 입을 닫았다.

이런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정 대표는 울산과 경주 지역 후보 사무소 개소식 참석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전략공천지인 전주 덕진, 인천 부평을 공천 마무리 작업에 주력했다.

덕진의 경우 대북전문가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를 내정하고, 정 전 장관의 불출마 결단을 기다리며 공천 확정을 미루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정 전 장관은 무소속 출마 쪽에 무게를 두고 3일째 잠행하며 장고에 들어갔으며 9일께로 예상되는 당무위의 공천확정 이후 최종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정 전 장관측 강창일 의원은 불교방송 `김재원의 아침저널'에 출연 , `김근식 카드'에 대해 "성향이 비슷한 사람을 낙하산 공천해 정 전 장관을 흠집내려는 꼼수로, 참패시 당이 와해 위기에 처할 것이며 두 정씨 모두 책임져야 한다"며 "정 전 장관은 무소속 당선 후 복당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