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랜드연구소 전문가 "김정일 체제 위기감이 가장 큰 원인"

미국 랜드연구소의 대북관계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박사는 4일(현지시간) "북한이 미국 등과 대등한 군사 강국임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해 제2, 제3의 미사일 발사 등 도발 행위를 강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베넷 박사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최근 건강 문제가 불거지고 내부 경제 위기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북한 군부 등 내부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며 "김정일 체제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자신의 지배력을 재확인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베넷 박사는 따라서 "극단적인 도발 행위가 강화될수록 김정일의 권력 체제에 대한 위기감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베넷 박사와의 문답.

-- 북한 로켓 발사 강행 배경은.

▲ 로켓 발사 배경을 이해하자면 과거 사례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2005년 가을 북한에 대한 금융 제재를 시작했는데 이를 무산시키기 위해 김정일은 2006년 미사일 발사를 강행했다.

미국의 금융 제재는 북한 내에서 김정일 정권이 허약하다는 인상을 심어 줬다.

김정일 체제는 당시 굳건했지만 한국과 미국, 일본, 심지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저지하려 했던 중국과의 대립 관계가 조성되는 데 대해 김정일은 우려하고 있었다.

북한은 가장 가까운 우방인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 2006년 미사일을 발사했고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초강대국으로서의 입지가 훼손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당시 중국 지도부는 몹시 분개하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 이번 로켓 발사는 상황이 다르다고 보나.

▲ 이번 로켓 발사는 대외적 문제라기 보다는 북한 내부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일부 언론 매체들은 대외 협상용 이라든가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에 대한 테스트용,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 노선을 바꿔보려는 의도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이는 부차적인 문제다.

김정일은 북한 내부의 체제 안정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 북한 김정일 체제에 어떤 위기가 있다는 건가.

▲ 널리 알려진대로 북한 내부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고 본다.

김정일 체제가 내주 또는 한 달 내에 금방 무너질 정도로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런 정도로 악화됐다면 더욱 더 극단적인 행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은 자신의 지배력이 약화돼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걸 매우 걱정하고 있는게 분명하다.

건강 문제가 대두됐고 북한의 식량 위기 등 경제 문제가 심각해져 인민들을 제대로 먹여 살릴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

북한 엘리트 관료층의 부패 양상이 상당히 심각해졌고 북한 군부에서도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김정일은 북한 권력 엘리트층과 군부에 대해 그의 건재를 과시할 필요가 있다.

김정일은 대포동 미사일 발사를 성공시켜 대내외에 선언하고 싶어한다.

또 중요한 것은 김정일이 미국 등에 용감하게 맞서고 있다는 걸 다시한번 보여주려 하는 것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또한번 `포효하는 쥐(mouse the roared)'가 되려 한다.

-- 북한 체제의 승계 문제와는 무관한 건가.

▲ 지금으로선 북한 권력의 승계 문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승계 문제가 중요했다면 벌써 후계자를 공식 지명하고 키웠을 것이다.

김정일은 그의 권력과 지배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게 분명하고 이를 걱정하고 있다.

-- 북한 로켓 발사가 초래할 향후 동향과 전망은.
▲ 한국과 미국, 일본은 이미 유엔 안보리 상정에 합의한 바 있고 북한도 이미 유엔 안보리 상정시 6자 회담을 파기하겠다고 했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 상정을 빌미로 6자 회담 체제가 파기된 책임을 미국에게 지울 것이다.

흥미로운 수순이다.

유엔 안보리에서 실질적인 제재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한국ㆍ미국ㆍ일본 등 3국과 중국ㆍ러시아 등 2국 간의 대립 관계가 표면화될 것이고 김정일로선 로켓 발사와 관련한 정당성과 권위를 부여받는 양상이 나타나게 된다.

미국 등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 방안을 검토할 것이고 김정일은 미국 등에 더욱 거세게 대항하기 위해 제2, 제3의 로켓(또는 미사일) 발사를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 내부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다.

핵실험 재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핵실험을 재개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미국 등에 돌릴 것이다.

-- 단기적인 위기 해소 방안은 없나.

▲ 김정일의 도발 행위가 내부 체제 위기감에서 비롯된 만큼 김정일 체제의 안정 문제와 관련돼 있다고 본다.

김정일 개인의 속마음을 정확히 읽기는 어렵지만 북한 권력 내부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위기 국면을 해소할 기회를 찾아야 한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성용 특파원 k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