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주말인 28일께 '조용히' 귀국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권이 술렁이고 있다. 그의 귀국은 여권 주류의 내부 주도권 다툼과 비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 간 계파 갈등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이 측근들에까지 귀국시점에 대해 함구령을 내리는 등 극도로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측근 의원은 "공항에 마중나가겠다고 했더니 조용히 내버려둬 달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의원도 "지금은 잊혀진 사람처럼 대해주는 게 도와주는 것 아니냐"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실제 이 전 의원은 이날 귀국한 뒤 서울 은평 자택에서 첫돌을 맞은 손자 생일상을 차려주는 것 외에는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이 전 의원이 "(정치적 복권의) 단계를 밟아 점차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는 이론이 없다. 측근인 공성진 최고위원은 "이 전 의원이야말로 MB정권의 주역 중 한 사람으로서 정권 성패에 운명을 같이 할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여권 내 구심력 부재를 해소할 대안이라는 주장이다.

친이계 내부에선 '이상득-이재오 투톱체제''이상득 선발투수-이재오 구원투수' 등의 형태로 이 전 의원이 친이(친이명박)계의 구심력 회복을 위해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이 전 의원이 귀국하면 인사차 이명박 대통령을 찾지 않겠느냐"고 한 측근의 얘기처럼 이 대통령이 모종의 역할을 맡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상득 의원이 최근 이 전 의원의 귀국에 대해 '환영 메시지'와 함께 "귀국 후 활동을 기대한다"고 밝힌 점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물론 이 전 의원이 박근혜 전 대표와 사사건건 대립해왔다는 점에서 친박계와의 갈등이 조기에 표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당장 친박 진영의 강경파 의원들은 "이 전 의원이 다시 계파 전쟁을 언제 시작할지 알 수 없다"며 경계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