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29 국회의원 재선거를 한 달여 앞둔 경주 시민들의 관심은 '낙후된 경주를 누가 살리느냐'에 모아졌다. 친이명박계인 정종복 전 의원(한나라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구상을 잇겠다'는 친박근혜계 정수성 예비후보(무소속)를 놓고 저울질이 한창이었다.

22일 현지에서 확인한 이 지역 민심은 정 전 의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은 많지만 여당인 한나라당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위기로 요약됐다. 한 택시기사는 "손님 10명 중 8명은 정 전 의원은 공천을 받더라도 안 찍겠다고 한다"며 "17대 총선 때 뽑아줬더니 경주 시민은 신경도 안 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전 의원이 17대 임기 동안 경주를 서너 번밖에 안 왔다는 루머가 돌 정도로 비판적 기류가 강했다. 이를 의식한 듯 정 전 의원 측은 유인물 표지에 고개 숙이고 연탄을 나르는 '겸손한' 후보의 모습을 부각시켰다. 정 전 의원 측은 "경주 어르신들은 힘 있다고 목에 힘주는 것을 싫어한다"면서 "그동안 조용히 지냈더니 '공천 받아오면 생각해보겠다'고 할 정도로 민심이 많이 누그러졌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나라당을 생각하면 정 전 의원을 무시할 수 없다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황오동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허영옥씨는 "예전에는 울산 도로는 울퉁불퉁해도 경주 도로는 파인 곳 하나 없다고 했는데 지금은 반대"라며 "경주도 한나라당 후보를 밀면 '형님예산' 한번 받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시민들은 육군대장 출신인 정수성 후보에는 비교적 호의적인 반응이었다. 지난 12월 정 후보의 출판기념식에 박 전 대표가 보여준 각별함이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성동시장 정육점의 최영원씨는 "박정희 대통령 때 경주가 발전했다는 막연한 향수가 있다"며 "아무 관련 없는 시골 어르신들이 박근혜가 온다면 두루마기 걸치고 시내에 나갈 정도"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정 후보의 당적에 대해선 걸림돌로 여기고 있었다. 농업인 박인혁씨는 "정 후보가 당선되면 친박연대로 간다는 말이 있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 측은 "친박연대 입당은 상상도 해보지 않았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경주=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