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이후 북 태도가 관건

북한이 18일 이틀째 육로통행을 전면 허용함에 따라 9일 시작된 통행 제한.차단과 그에 따른 개성공단 파행 사태는 소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북한이 20일 이전에 또 한번 통행을 차단하는 등의 `변덕'을 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일단 이틀째 개성공단에 물자와 인원이 투입됨에 따라 급한 불은 끈 것으로 보인다.

이제 당국의 일차적 관심은 키리졸브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빌미로 통행 제한.차단을 시작한 북이 훈련이 끝나는 20일 이후에도 통행을 계속 정상적으로 운용할지 여부다.

통행 차단 조치가 키리졸브 기간에 한정된 것이냐, 아니면 그 이후에도 계속 반복되느냐는 정부가 개성공단의 장래를 고민하는데 중요한 참고사항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4월4~8일 예고된 북의 장거리 로켓 발사 후 남북관계의 긴장이 고조될 경우 북한이 다시 공단을 건드릴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미 북한은 이번 사태를 통해 `유사시 개성공단 인력의 억류 가능성'을 우리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13~16일 나흘간의 방북 차단만으로 개성공단을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결과적으로 개성공단을 대남 압박카드화한 효과를 거뒀다.

다만 통행 제한.차단 조치가 `키리졸브 훈련에 한해 이뤄진 것'으로 볼 것이냐, `키리졸브 훈련을 계기로 시작된 것'으로 볼 것이냐에 대한 판단에 따라 개성공단에 대한 정부의 접근법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키리졸브 훈련 이후로도 통행이 수시로 차단되고 그때마다 우리 국민의 준(準) 억류상태가 재발할 경우 정부로서는 개성공단 사업에 대한 심각한 검토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20일 키리졸브 훈련 이후에도 이런 사태가 반복된다면 정부는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한데서 이 같은 정부의 인식을 읽을 수 있다.

일단 정부는 현재로선 개성공단 사업 중단을 상정하지 않고 있으며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를 모색하는 가운데 공단이 안정적으로 발전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 현 장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개성공단 폐쇄는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정부는 개성공단을 안정적으로 잘 관리해서 발전시킨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의 (통행차단) 조치는 분명히 남북간 합의 위반"이라며 "남북간 합의가 실효적으로 이행이 안되고 있어, 북측이 이행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정부는 앞으로 모든 대책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남북간 출입.체류에 관한 합의를 북이 위반한 만큼 향후 상황 여하에 따라 모종의 제재 조치를 통해 이행을 강제하거나 이행에 대한 약속을 받아 내는 방안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벼랑끝 전술'로 나오는 북한을 향해 우리가 제재와 같은 `맞불작전'을 펼 경우 남북관계의 상황관리에 이롭지 못하다는 점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북한으로부터 출입.체류 합의에 대한 이행약속을 받아 내려면 대화가 전제돼야 하는데 북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예고하며 한반도 정세에 긴장을 조성한 현 상황에서 남북대화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남북관계의 얽힌 실타래가 풀리고 그에 따라 북한이 개성공단 발전에 대한 우리의 의지에 호응해 오지 않을 경우 통행 차단으로 대외 신인도에 상처를 입은 개성공단의 안정적 발전은 `희망사항'에 그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