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차단 사흘째 개성입주기업들 `하소연'

북한의 2차 육로통행 차단 조치가 15일로 사흘째를 맞으면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현실로 닥쳐온 기업활동의 어려움과 장래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05년 공단이 문을 연 이후 작년 말 `12.1 조치'로 통행 시간대가 축소되는 등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통행 자체가 안되기는 처음인데다 아무런 대비를 못한 터라 업체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우선 개성 현지로의 물자공급이 13일부터 사흘째 중단되면서 현지 주재원들의 불편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입주기업인 경원전자 이광용 관리팀장은 "현지에 주재원이 2명 남아있는데 숙소.식당 난방용 가스가 40%밖에 남지 않아 나흘 정도면 동이 날 것 같고 식자재도 라면 30개, 계란 세판 정도 남았다는데 사태가 장기화될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체들은 식량.가스가 떨어지는 것 보다 `사운'을 걸다시피한 개성공장의 앞날과 영업손실이 더 큰 걱정거리다.

플라스틱 제품 등을 제조하는 ㈜에스제이테크 대표인 유창근 입주기업 협의회 부회장은 "출입차단으로 기업들 장래가 불투명해지면서 주문 취소 등이 더 심해지고 있다"며 "출입차단이 2~3일 정도 더 지속되면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 업체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내에 모기업이 있는 업체들은 그나마 다행인데 개성에 `올인'한 소규모 업체들이 취약한 실정"이라며 "기업은 생명체와 같아서 생물의 경우 3~4분만 숨을 못쉬어도 죽는 것처럼 기업도 단기간의 가동중단으로도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성 기성복 생산업체인 ㈜에스엔지의 정기섭 대표는 "통행 차단은 한마디로 치명적이다"며 "우리 업종의 경우 바이어측 제품 검사원이 개성에 파견와서 제품을 확인하는데, 통행 차단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경원전자 이광용 팀장은 "개성 현지의 자재 재고가 떨어져 자재 운송이 안되면 더 생산을 못할 상황이며 출하도 안되고 있다"며 "17일에 자재가 들어가는데 그때까지는 반드시 출입이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북한과 우리 정부를 향한 `쓴소리'도 쏟아냈다.

정기섭 대표는 "북한을 이해하기 위해 많이 노력해왔는데 기업들의 자유로운 입출경을 막는 이번 행동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우리는 북한 군부의 장난감이 아니다"며 격한 심정을 토로했다.

정 대표는 이어 "정부가 개성공단을 잘 되게 하겠다고 하면서 실질적인 조치는 거의 취하지 않고, 긴장이 고조된 최근 며칠 간 북을 자극할 수 있는 말과 이벤트를 거듭 했다"며 "정부에 개성공단을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나 의사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유창근 부회장은 "북한은 적어도 개성공단과 그 구성원들을 볼모로 삼아선 안된다"며 "경제적 차원을 넘어서 사람들의 통행을 막는 행동은 너무나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과거 정부시절 정부가 기업활동을 보장하겠다고 해서 개성에 들어갔다"며 "정권이 바뀌긴 했지만 정부는 국민의 재산 보호 등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안심을 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