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통미봉남 기도..보즈워스 방한 '주목'

북한이 5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9~20일 한.미 '키 리졸브' 연합훈련 기간 자기 측 영공을 통과하는 남측 민항기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선포함에 따라 한반도 정세에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이번 성명은 한.미 군사연습 기간 영공을 지나가는 우리 측 민항기에 대해 `스파이 행위' 혐의를 씌워 위해를 가하거나 한.미 합동훈련에 대한 `맞불성' 단거리 미사일 발사훈련이나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정부 당국은 보고 있다.

다만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준비중인 장거리 로켓을 키 리졸브 연습기간에 발사하는 것은 평화적 우주 이용 차원에서 인공위성을 로켓에 실어 발사하겠다는 북측의 발표와는 다소 배치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렇더라도 북측이 일단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해 긴장을 고조시킨 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반응을 지켜보고 곧바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북측이 주장한 위성발사 역시 로켓을 이용한 '무력시위'에 다름아닌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북측이 어떤 행동을 취하던 이처럼 한.미 군사훈련을 사실상의 `북침훈련'으로 간주, `맞불작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유엔사령부와의 연쇄회담,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 특사의 방한(7~10일)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긴장을 최대한 고조시킴으로써 한반도 긴장완화, 평화체제 구축, 북미수교 등을 위한 협상의 장으로 미국을 조기에 끌어내려는 속내가 담겨 있다는 얘기다.

특히 6일 북한-유엔사간 장성급 회담이 속개될 예정인 상황에서 미국으로 하여금 현 상황 타개에 나서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게 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보즈워스 특사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 양국이 현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남측과의 정치.군사 합의 무효화를 선언한 뒤 주한미군이 주도하는 유엔사와의 회담을 진행함으로써 `통미봉남' 기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라 한.미간의 대북 정책 조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한.미 간 정책 조율의 결과는 북한이 모종의 군사적 도발로 맞서는 등 긴장이 고조되더라도 일단 사태 추이를 지켜본 뒤 구체적 대응방안을 모색하든지, 아니면 '예방외교'를 위해 보즈워스 특사가 전격 방북하는 것 중 하나로 윤곽을 드러내게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관계 부처간 협의를 통해 9~20일 북한 영공과 그 주변을 지나는 항공편 운항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6일 중 통일부 대변인 등을 통해 유감의 뜻과 정부 입장을 표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남북은 아직 항공협정은 맺지 않았지만 1997년 10월 남북 항공교통관제소간 체결된 상대방 공역내의 항로설정 및 이용을 위한 양해각서를 통해 영공 통과시 승객 및 승무원, 화물에 대한 안전을 보장해왔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