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극복-남북협력 강조..對日메시지 없어
90주년 맞아 독립기념관서 기념식 개최


이명박 대통령은 1일 취임후 두번째 3.1절 기념사에서 경제위기와 대북문제라는 양대 국정현안을 집중 거론, 이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이 대통령은 3.1 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과거 3.1절 기념사에 거의 매번 등장했던 `대일(對日) 메시지'를 언급하지 않아 현 정부의 실용주의 대일외교 기조를 엿보게 했다.

지난해 3.1절 기념사에서 한일관계에 대해 "서로 실용의 자세로 미래지향적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밝힌 것과 같이 시대의 패러다임이 `이념'에서 `실리'로 바뀐 만큼 더이상 과거에 얽매이는 것은 양국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을 재확인한 것.
이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먼저 3.1 운동에서 선열들이 보여준 자기희생과 화합의 정신이 최근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재현돼야 함을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자기만 잘 되겠다는 개인과 집단의 이기주의로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다"면서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너와 나가 따로 있을 수 없으며, 우리 모두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백범 김구 선생의 저서 `나의 소원'을 인용, "사랑의 덕과 법의 질서가 우주 자연의 법칙과 같이 준수되도록 해야 한다"면서 "증오와 투쟁의 정신을 버리고 사랑과 화합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의 `사랑과 감사의 힘'을 실천하는 `국민대화합 만세운동'이 전국 방방곡곡에 퍼져 경제위기 극복과 선진국 도약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1920년 도산 안창호 선생이 재(在) 상하이 동포 신년축하회 연설에서 언급한 `문명한 품격을 실현하며 세계만방의 친선과 동정이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변화와 개혁, 법.질서 확립, 성숙한 문화 창조 등을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천명했다.

남북관계와 관련, 이 대통령은 기미 독립선언문에 명시된 `민족자존과 전인류 공존동생(共存同生)'이라는 3.1운동 정신과 맥을 같이 하는 `상생.공영' 원칙을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최근 북측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 "북한을 진정으로 지켜주는 것은 핵무기와 미사일이 아니라 남북협력과 국제사회와의 협력"이라면서 "어느 누구도 한반도의 안녕과 평화를 훼손해선 안된다.

그것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또 북측에 "전 세계에서 북한 동포들의 삶과 행복을 진정으로 생각하고 가장 걱정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라며 "3.1정신의 가르침대로 남과 북이 만나서 한민족의 도약을 위해 합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은 "저는 위기 앞에서 더욱 강해지고 단결하는 우리 민족의 저력, 아무리 힘들어도 희망을 잃지 않는 우리 민족의 열정을 믿는다"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차이를 극복하고 힘을 합친 선열들의 뜻을 받들어 우리 모두 힘을 모아 힘차게 나아가자"고 다시한번 호소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3.1절 기념식은 거의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으나 올해는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90주년이라는 역사적 의의를 고려해 독립기념관에서 개최했다"며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다음달 13일 임정 수립 90주년 기념일까지 `겨레의 얼, 대한민국의 힘'을 주제로 각종 기념행사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