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129콜센터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은 5일 어렵게 사는 모녀가 10년이 되지 않은 헌 봉고차를 한 대 갖고 있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나 모자(母子)보호법 대상자가 안 된다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현행 제도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사는 것만 보면 지원을 받아야 하지만 상당수 사람들은 지원받을 수 있는 재산 기준이나 부양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지난달 지원 신청을 했지만 받지 못한 1만4114명 중 부양의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가 3011명(21%),재산 기준을 초과한 사람이 1812명(13%)이었다.

한 70세 노인은 일용직으로 10만~20만원을 벌어 근근이 생활하다 그 일자리마저 잃어 생계비 신청을 했지만 부양 의무자 기준 초과로 대상자에서 탈락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아들(4인 가구,중 · 고생 자녀)이 월 240만원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들도 마찬가지로 살기 힘든 상황인 것을 감안하면 노인의 처지가 딱할 수밖에 없다.

한 여성은 목수였던 남편이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치면서 월수입 200만원의 일자리를 잃는 바람에 붕어빵 노점상을 차렸다. 그러나 하루 2만원 벌기가 힘들어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했지만 재산 기준 초과로 탈락했다. 9000만원짜리 주택이 한 채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해당 여성은 결국 집마저 헐값에 팔거나 사채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또 민간 후원을 받는 쪽으로 연계해준 경우에도 가구당 후원액이 월 20만원 정도에 불과해 최저생활 유지가 곤란한 경우가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공적 · 사적 부양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구제하기 위해 복지부는 이날 대책을 내놓았다. 우선 이달 말까지 최저생계비 이하의 수입에 그치고 있으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계층 약 42만가구(100만명)에 대해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부양 거부나 기피 사례를 발굴해 피부양자를 먼저 지원하고 나중에 부양 의무자에게서 부양비를 징수하는 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또 경제위기가 가중될 경우 추가 대책을 검토하고 지자체의 보호 참여도 독려하기로 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