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일 한나라당 최고위원 및 중진의원 23명과 가진 오찬 회동 자리에선 소통과 단합이 '키워드'였다. 이 대통령뿐만 아니라 친박근혜 의원들도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동참을 강조했다. 다만 박근혜 전 대표는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쟁점법안의 2월 국회 처리에 대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때문에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지만 쟁점에 대한 양측의 완전한 공감대는 이루지 못했다.

◆"무한 책임 자세를"

개각 등 현안을 두고 당 · 청 간 시각차가 존재했던 만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합치자는 게 이 대통령의 주된 메시지였다. 우선 이 대통령은 "모든 것에 대해 각오를 달리 가져야 하는 해"라고 비상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어 "한나라당과 정부 모두 힘을 합해 위기 극복에 최선을 다했다는 이야기를 내년쯤 듣도록 하자"며 "중진들이 중심이 돼 힘을 모아주면 정부가 열심히 해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경제적 장애물은 당 · 정이 힘을 모아야 해결할 수 있다. 지금은 '긍정의 힘'을 모을 때"라며 "무한책임을 진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요즘 사정이 어려우니 당 생각이 난다"며 "당이 힘이 없으면 되는 게 없다. 당 · 정이 화합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데 나부터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속도전'에 반대

박 전 대표는 "어려운 여건에서 이 대통령께서 고생 많았다"며 "경제를 꼭 살려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2월 국회가 시작되는데 쟁점 법안일수록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야당,국민의 관점이 서로 차이가 큰 만큼 당 · 정이 긴밀히 협의해 경제도 살아나고 법안도 잘 처리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의 쟁점법안처리를 위한 '속도전'에 사실상 반대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당내 조율 과정이 주목된다.

친박계인 홍사덕 의원은 "다 함께 나가자"고 건배를 했다. 역시 친박계인 김무성 의원은 전대미문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동참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며 "우리에게 기회를 주면 그런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 박 전 대표와 자주 만나달라"고 요구했다. 김 의원은 회동 후 "'자리'를 요구한 게 아니라 이 대통령 혼자 고생하지 말고 당 통합에 애써 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홍영식/김유미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