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파업', 대책회의 "20일 정권퇴진 운동"

전국이 하투(夏鬪)라는 `블랙홀'에 무서운 속도로 빨려들고 있다.

쇠고기 파동에서 비롯된 촛불정국과 파업정국이 절묘하게 결합되는 양상이다.

화물연대가 지난 13일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물류 동맥경화가 발생한데 이어 건설기계 노조가 16일부터 일손을 완전히 놓는다.

같은날 민주노총은 투쟁본부 회의를 열어 총파업 시간표를 결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두달째 촛불집회를 계속하고 있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에서 `정부정책 일괄반대 투쟁'으로 방향을 틀었다.

더욱이 오는 20일까지 쇠고기 전면 재협상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정권퇴진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그러면서 의료 및 공기업 민영화, 물 사유화, 교육, 대운하, 공영방송 사수 등 5대 의제를 내세웠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의 명분으로 내걸고 있는 요구사항과 겹쳐지는 것들이다.

촛불시위 주최측과 노동계가 `동거'에 들어갈 경우 사회 전반의 위기상황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릴레이 파업' 국면 =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12일 "야구 타순 돌리듯이 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1번타자는 화물연대, 2번은 건설기계, 4번은 금속노조, 5번은 철도라는 말도 곁들였다.

또 3번은 고민중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덤프트럭과 레미콘 등이 소속된 건설노조가 화물연대보다 사흘 늦은 16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다.

화물연대와 마찬가지로 고유가에서 비롯된 `생계형 파업'이고 카운터파트도 정부다.

이들 상당수는 16-18일 상경투쟁에 나선다.

트럭과 레미콘은 현장에 두고 맨몸으로 상경한다.

건설노조에는 덤프트럭, 레미콘, 굴착기 등 건설장비 기사 1만8천명, 타워크레인 기사 1천400여명 등 모두 2만2천여명이 가입해 있어 주요 건설현장에서 공사 차질이 불가피하다.

민주노총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총파업 찬반 투표를 마감하고 16일 파업 일정을 결정한다.

시기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재협상 선언 시한으로 제시한 20일 이후가 될 전망이지만 화물연대나 건설기계 파업에 공권력이 투입될 경우 즉각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와 별도로 공공부문 사유화와 교육의 시장화 반대, 친재벌정책 폐기, 대운하 반대 등을 내건 총파업을 이달 하순께 시작한다.

쇠고기든 아니든 양쪽 다 `정치파업'이다.

민노총의 양대 주력부대로 완성차 4사가 중심인 금속노조는 20일 쟁의조정을 신청, 25-26일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보건의료노조 역시 26일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가진 뒤 곧바로 조정신청에 들어간다.

이밖에 철도, 공항항만노조가 화물 대체수송 거부를 선언한 가운데 철도노조는 23-25일 사흘동안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민주택시본부도 25일께 대규모 집회를 열고 유가폭등, 택시 생존권 확보를 요구할 예정이어서 물류대란에 이은 교통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촛불과의 결합이 `중대변수' =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6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반대를 위한 정치파업을 벌였지만 전혀 재미를 보지 못했다.

국민들이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노조 내부의 반발로 파업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당초 민노총이 쇠고기 촛불시위에 다리를 걸칠 때 조심스러워 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효순.미선 추모일이던 13일부터 양상이 조금 달라졌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쇠고기 반대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정부 주요 정책에 대한 일괄 반대 투쟁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
이들이 내건 5가지 의제는 노동계의 주장과 사실상 일치한다.

쇠고기가 `민생'이라면 이런 구호는 `정치'다.

최소한 겉으로는 양측이 `대동단결'로 나아가지 못할 이유가 소멸된 셈이다.

국민대책회의는 나아가 20일 정오까지 美 쇠고기 문제에 대한 전면 재협상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정권퇴진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인 상태다.

촛불의 `자발성'에다 노동의 `조직력'이 결합될 경우 동력과 파급효과는 훨씬 커질 전망이다.

현 상황이 어느 때보다 중대국면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관건은 국민대책회의의 의제 전환에 대해 네티즌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찬반양론이 어느 방향으로 수렴되느냐다.

일각에서는 촛불집회 주최측이 사회적으로 거부감이 강한 정치파업과 함께 갈 경우 자칫 순수성이 훼손될 수 있는데다 국민에 대한 대표성을 계속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어쨌거나 노동계의 연쇄파업과 국민대책회의의 정권퇴진 투쟁 돌입이라는 중대국면을 앞두고 정부의 대응방안이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정규득 기자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