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세론 좌절-칩거 이인제와 닮은꼴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2002년 민주당 경선의 재판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당내에 확산되고 있다.

손학규 후보가 19일 밤 예정됐던 TV토론에 돌연 불참하면서 캠프측 설명과는 무관하게 `후보 사퇴론'이 불거지고 있고, 이는 5년전 이인제 후보의 중도하차로 이어진 민주당 경선의 궤적을 따라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
손 후보측은 TV토론 불참 배경에 대해 "후보 사퇴는 절대 없다"면서 경선이 조직.동원선거 양상으로 가는 것에 대한 강력한 항의의 표시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동영 이해찬 후보측에서는 2002년 경선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2002년 경선 `데자뷰'라는 설명이다.

2002년 민주당 경선은 2월22일부터 이인제 노무현 정동영 한화갑 김중권 김근태 유종근 등 `7룡'의 각축전으로 시작됐다.

경선 초반만 해도 당내에는 이 후보가 대세론에 힘입어 무난히 당선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지만 광주 경선에서 영남출신의 노 후보가 1위를 차지하면서 `노풍'이 거세게 불었다.

김근태 후보는 경선자금 `고해성사'가 가져온 역풍 때문에, 유종근 후보는 수뢰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로, 한화갑 김중권 후보는 기대에 못미치는 득표력을 자인하며 사퇴, 3월 한달 사이에 민주당 경선은 7파전에서 이인제-노무현-정동영 3자 대결로 압축됐다.

특히 정동영.이해찬 두 후보측은 2002년 이인제 후보의 행보에 빗대어 2007년 손학규 후보를 설명하고 있다.

당시 3자 대결 국면에서 이인제 후보가 `대세론 좌절-칩거-사퇴'의 수순을 밟았듯이 손 후보도 닮은 꼴 행보를 보여주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우선 이인제, 손학규 후보는 모두 경기도지사 출신으로 각각 신한국당과 한나라당을 탈당해 민주당과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 뛰어 들었고, 경선레이스에 앞서 `대세론'을 형성한 점이 비슷하다.

또 이 후보는 2002년 3월 민주당 광주경선에서 불어닥친 `노풍'으로 기세가 꺾였고, 손 후보는 2007년 신당경선 초반 4연전에서 정동영 후보에게 밀린 뒤 광주경선을 앞두고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손 후보가 19일 예정됐던 SBS토론회에 불참키로 결정하고 칩거에 들어간 점도 5년전 이인제 후보를 떠올리게 한다는 게 정.이 두 후보측 주장이다.

이인제 후보는 광주경선에서 패한 뒤 청와대 개입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흘간 자택에서 칩거하며 거취를 고심하다 다시 경선레이스에 뛰어 들긴 했다.

하지만 대구.인천 경선에서 `노풍'이 계속 이어지자 이 후보는 2002년 4월9일 김대중 대통령을 향해 "내심 노무현 후보를 지지한다면 이를 밝히라"고 `김심'(金心) 개입 의혹을 공개제기했고, 4월17일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다.

이와 함께 정동영 후보와 이해찬 후보측이 `2002년 데자뷰'를 주장하며 자신들이 `노무현 후보'처럼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하는 점도 공교롭다.

노무현 후보가 2002년 경선 초반 울산,광주,강원경선에서 1위를 차지하며 바람을 일으켰듯이 울산 경선 등에서 승리한 정 후보, 강원경선에서 1위를 한 이해찬 후보는 추석연휴 직후에 실시되는 광주 경선의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한편 손 후보가 이번 경선에서 위기를 극복해내지 못하고 경선 레이스 중도하차의 결과로 이어질 경우 경기고-서울대 출신 유력주자군의 잇단 낙마도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범여권 진영의 유력한 후보였던 고 건 전 총리는 올해 1월초 대권포기를 공식선언했고, 고 전 총리 낙마 이후 대안카드로 급부상했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역시 지난 4월말 대선 불참을 전격 발표했다.

역시 경기고-서울대 출신인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지지부진한 범여권 대통합의 물꼬를 트기 위해 지난 6월 대권 불출마의 결단을 내렸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