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고건 폄하 모양새 좋지 않아"..한 "대꾸할 가치 없다"

여야는 21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민주평통 상임위원회에서 고 건(高 建) 전 총리와 예비역 장성에 대해 쏟아낸 `작심 발언'이 알려지자 또 다시 술렁였다.

먼저 정계개편이 초미의 관심사인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고 전총리 기용은 실패한 인사"라는 발언에 대해 `적절치 않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고, 한나라당측은 "대꾸할 가치가 없다"며 일축하는 분위기였다.

우리당내에서 고 전총리측과의 연대를 모색중인 통합신당파 사이에서는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하고서 너무 하는 것 아니냐"는 격앙된 반응이 터져 나왔다.

통합신당에 적극적인 김성곤(金星坤)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본인이 총리를 임명해놓고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최고책임자로서 적절한 발언은 아니다"며 "그분들의 언행이 맘에 안든다고 폄하하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서로 폄하하기 시작하면 범여권이 몰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정적 개혁을 위한 모임' 소속 박상돈(朴商敦) 의원은 "대통령이 그렇게 말한 것으로 믿고 싶지 않다"며 "그것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의 품위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재야파에 속하는 정봉주(鄭鳳株) 의원은 "대통령이 말 한마디 할 때마다 국민은 경기 차원을 넘어 죽음의 고통을 느낀다"며 "5% 미만의 지지자를 빼놓고는 전 국민이 고통스러워진다"고 말했다.

전략통으로 꼽히는 민병두 의원은 "더이상 이 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나라당은 "대꾸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노 대통령의 발언이 정계개편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표정이다.

한나라당 나경원(羅卿瑗) 대변인은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본다"며 "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 나오는 `너나 잘 하세요' 표현이 떠오른다.

`개구즉착'(開口卽錯.입만열면 틀리다)이라고 그러더니 `개구즉화'(開口卽禍.입만열면 설화를 일으킨다)다"고 비판했다.

국회 국방위원인 황진하(黃震夏) 의원은 노 대통령의 작전통제권과 관련된 예비역 장성 비판 발언에 대해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대한민국의 안보체제가 어떻게 돼 있는지도 잘 모르고 한 소리로 들린다.

작통권이 뭔지도 잘 모르는 안타까운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작통권 환수논의 중단을 거듭 촉구했다.

민주당 이상열(李相烈) 대변인은 "인사에 관한 모든 책임은 노대통령에게 있으며 인사권 실패는 결국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이지 남을 탓할 문제가 아니다"며 "남은 임기동안이라고 국정실패의 원인을 남에게 돌릴게 아니라 본인의 책임임을 인식하고 국정에 전념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민주노동당 정호진(丁皓眞) 부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늦게나마 본인의 인사에 대해 실패를 자인했지만 대통령이 제대로 된 판단없이 인사를 했다는 것은 국민에게 불행이자 국정운영의 부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기왕 반성할 바에는 남 탓하기 보다 본인의 과오에 대한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심인성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