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조순형 태풍'이 불어닥칠 것인가.

제3당인 민주당 후보로 서울 성북을에서 당당히 거대 여야당 후보들을 물리치고 국회 의사당에 재입성한 것은 의석 차원을 넘어 정치적 함의가 적지 않다.

특히 2년 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당선은 여권 전체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져주며 잠복했던 정계개편에 다시 불을 댕기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가 떠난 뒤 치러진 첫 선거에서 '불패신화'가 깨짐으로써 새 지도부의 지도력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게 됐다.

○조순형 승리 의미와 파장

탄핵을 주도했던 조 후보의 승리는 '탄핵풍'의 위력이 소멸됐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야당에서는 탄핵을 주도했던 인사들의 공천을 철저히 배제할 정도로 탄핵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던 게 사실이지만 이제 더 이상 탄핵문제가 선거의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은 없게 됐다.

특히 조 후보의 당선은 탄핵의 정당성을 상당 부분 인정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어 여권의 곤혹감은 더 크다.

그렇지 않아도 지방선거 참패로 빠져든 무기력증을 한층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어렵사리 안정을 찾아가던 김근태 의장체제의 구심력도 크게 약화될 개연성이 다분하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호남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동요가 확산되면서 한동안 물밑에 잠복했던 민주당,고건 전 총리 등과의 연대론 등 정계개편론이 급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천정배 전 법무장관의 복귀와 맞물리면서 진보진영이 공론화하고 있는 대선후보 조기선출론 등이 계파 간 갈등 소재로 등장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조 후보를 당선시킨 민주당은 지방선거서 호남 수성에 성공한 데 이어 수도권 공략을 위한 발판까지 마련,지역당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게 됐다.

수도권에서 호남민심을 쟁취했다는 점에서 향후 정계개편 논의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오른 것이다.

○강재섭 리더십 타격

한나라당은 3곳에서 승리했으나 성북을의 패배로 재·보선 불패 신화가 무너짐에 따라 당지도부가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강재섭 대표 체제하에서 처음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패배를 기록함으로써 '7·11 전당대회'에서 감정의 골이 깊어진 비주류 측의 파상적인 공세가 예상된다.

강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대권주자들이 자기 세력을 내세워 적극적인 '세싸움'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대세론에 오만해진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심판"으로 이해될 수 있어 대대적인 당 쇄신 운동이 촉발될 소지도 다분하다.

5·31 지방선거 당시 성추행,공천헌금 등 악재가 잇달아 터져도 당 지지율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이번 재·보선에서는 수해골프 하나로 지지율이 10% 이상 급락하면서 한나라당이 긴장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성북을 패배가 차기 대선을 위해 한나라당에 오히려 약이 된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잇단 선거 압승에 따른 '자만'에 제동이 걸리면서 '정신 차릴 수 있는'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재창·홍영식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