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주최국의 최대 고민 중 하나는 의전이다.


의전의 기본은 물 흐르듯 진행되는 자연스러움.하지만 정상들의 동선(動線)을 일일이 체크하고 튀지 않게 경호를 해야 하는 등 보이지 않는 변수들도 빠짐 없이 챙겨야 한다.


단군 이래 최대 외교잔치로 불리는 APEC의 궁금증을 알아봤다.



[ 사진 : 제13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 회의 기간에 부산 IT 전시관에서 선보일 로봇 '알버트 휴보'가 14일 최종 점검을 받고 있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을 닮은 이 로봇은 얼굴 근육을 움직여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


◆정상 식별은 백금 라펠핀으로


각국 정상들이 행사진행요원처럼 ID카드를 목에 걸고 돌아다닐 수는 없는 일.양복 상의 깃에 다는 '라펠핀(Lapel pin:옷깃 핀)'이 유일한 식별장치다.


APEC 로고를 컨셉트로 도안한 라펠핀은 정상과 영부인,장관급 고위각료,차관보급 고위관리 등 3종류로 제작됐다.


정상 및 영부인은 백금,고위각료는 순금,고위관리는 순은으로 만들어졌다.


정상들이 착용하는 라펠핀은 정확히 21세트만 제작,경찰들이 직접 수송을 맡았다.


라펠핀은 보안상의 이유로 재발급되지 않는다.


◆좌석배치는 알파벳 순으로


정상회의 운영은 1분 단위로 스케줄을 짰다.


APEC 기간에 열리는 정상회의는 두 차례.정상을 태운 차량은 정확히 1분 간격으로 회의장에 도착한다.


차량 도착 순서는 각국의 영문 알파벳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호주(Australia)가 첫 번째이고 베트남(Vietnam)이 마지막이다.


원탁 회의장 좌석배치도 마찬가지.의장인 노무현 대통령을 가운데로 좌우에 전임 의장국(페루) 정상과 차기 의장국(베트남) 정상이 각각 앉는다.


이어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알파벳 순으로 자리가 마련됐다.


◆두루마기 색상은 7가지


APEC의 하이라이트는 참가국 정상들이 주최국의 전통의상을 걸치고 하는 기념촬영.정상들은 19일 오후 부산 동백섬 '누리마루' 회의장 옆 정자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할 예정이다.


우리는 비단으로 만든 두루마기를 준비했다.


색상은 파스텔톤의 남색과 옥색 등 모두 7가지로 다양하다.


원색은 '촌스러워' 피했다고 한다.


각국 정상의 신체 사이즈와 선호 색상은 각국에 나가 있는 한국대사관에서 미리 파악했다.


◆만찬 메뉴는 너비아니 스테이크


정상만찬의 주요리도 주최국 전통음식이 제공되는 게 'APEC 룰'의 하나다.


18일 정상만찬의 주메뉴는 쇠고기를 얇게 저며 양념한 '너비아니 스테이크'.10가지 안팎의 요리를 7코스로 나눠 제공한다.


김치도 물론 포함된다.


너비아니는 양식의 스테이크와 비슷해 정상들이 '당황(?)'하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부산=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