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을 등 4곳의 국회의원 재선거 투표가 26일 오전 실시된 가운데 여야는 긴장감 속에서 투표결과에 촉각을 세웠다. 여야는 이번 재선거의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내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말 정국의 풍향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듯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열린우리당이 이번 재선거에서 단 한 석도 거두지 못한다면 자연스럽게 입각 대권주자군의 당 복귀설이 확산되고, 문희상(文喜相) 의장 체제도 시련을 겪게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반면 한나라당이 4곳 내지 울산을 제외한 3곳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에는, 이번 선거에 총력을 기울인 박근혜(朴槿惠) 대표에 대한 당내 비주류의 도전이 거세질 것으로 점쳐진다. ◇열린우리당 = 선거운동 초반에 천명한 `중앙당 불개입 원칙'에도 불구하고 막판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발한 지원활동을 벌였던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에는 투표진행 상황을 보고받는 등 투표결과에 관심을 기울였다. 우리당은 또 이상수(李相洙) 후보가 선전을 벌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부천 원미갑에서 이날 새벽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유인물 수백장이 수거됐다고 주장하는 등 막판까지 선거 흐름의 미세한 변화에도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자칫하면 지난 4.30 재보선 때처럼 `지도부 책임론'이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듯 투표결과에 대한 섣부른 기대감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했다. 배기선(裵基善) 사무총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집권여당으로서 깨끗한 정치, 돈 안드는 선거, 선거혁명을 이룬다는 목표 아래 결과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박병석(朴炳錫) 기획위원장도 "상당히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올라왔으면 상당히 선전한 것"이라며 "내용면에서도 참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술적인 결과 보다는 내용상의 승리를 주장하면서 정동영(鄭東泳) 통일부장관과 김근태(金槿泰) 복지부장관 복귀론 및 조기전대론 등 현 지도부에 대한 쇄신론을 진화하겠다는 속내가 읽혀지는 부분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선거결과가 실제로 0대 4로 나온다면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특히 문 의장 체제 출범 이후부터 합산하면 27전 전패라는 불명예 기록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를 감안해 현 지도부로 그냥 갈 수는 없다는 분위기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현 체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지도부의 생각과는 달리 당 쇄신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여권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추락하고 있는 지금 분위기에선 차기 대권주자가 당으로 복귀해도 별 수가 없을 것이라는 현 지도부에 대한 일종의 `동정론'도 상당히 확산돼 있기 때문에 당 쇄신론이 어느정도 위력을 발휘하게 될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라는 주장도 있다. 문 의장은 이날 오후 영등포 당사에서 당직자들과 함께 개표방송을 시청할 예정이다. ◇한나라당 = 4곳 모두에서 우세를 점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번 재선거가 현 정부의 경제 파탄과 정체성 위기를 심판하는 기회라는 점을 강조하며 막판까지 투표율 제고에 주력했다. 당 지도부는 접전지역으로 분류된 대구 동을과 울산 북구 지역의 경우, 투표율 제고가 승리의 최대 관건이라고 보고 이른 아침부터 선관위가 발표하는 투표 현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대구 동을의 경우, 당의 `텃밭'인데다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수 차례 방문하며 어느 지역보다 공을 들인 지역이고, 투표일이 박 대표 선친인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기일인만큼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비장감'이 당내에 감돌았다. 한나라당은 이번 재선거에서 4대 0의 `완승'을 거두기 위해서는 투표율이 40% 수준은 돼야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30 재.보선 당시 투표율은 33.6%였다.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는 이날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 회의에서 "이번 재선거가 나라 흔들기와 경제 실정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있는 날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민생과 나라지키기는 별개가 아니고 함께 성취할 과제"라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김무성(金武星) 사무총장은 "대구 동을의 경우, 대통령의 친구, 실세라는 위력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재까지 확보한 이강철(李康哲) 후보측의 불법선거행위만 가지고도 당선 무효가 될 수 있다"며 마지막까지 여당의 `불법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번 재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대구 동을 지역에서 전날 저녁 늦게까지 선거유세 활동을 벌인 뒤 밤 늦게 귀경한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이날 오전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 선친을 기린 뒤 모처에서 휴식을 취했다. 박 대표는 각 지역에서 취합된 투표 상황을 시시각각 보고받으며 상황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번 재선거는 지역구 국회의원 선출을 넘어 오만하고 독선적이며 무능하기 이를 데 없는 노무현(盧武鉉) 정권을 심판하는 의미가 있다"며 "경제 파탄, 민생 파탄 그리고 나라 흔들기까지 낱낱이 기억하는 국민 여러분이 혹독한 심판을 내릴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 후보를 낸 수도권의 부천 원미갑과 경기 광주에서 확실히 승기를 잡지는 못했지만 의미있는 득표율을 올릴 것이라는 기대 속에 차분하게 투표 상황을 지켜봤다. 민주당은 일단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한 사전포석 차원에서 수도권 지역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하는 것을 최소한의 목표로 잡고 있다. 한화갑(韓和甲) 대표 등 지도부는 이날 각 후보 진영을 격려 방문해 노고를 격려한 뒤 저녁에는 여의도당사에서 TV를 통해 개표상황을 주시할 예정이다. 유종필(柳鍾珌) 대변인은 논평에서 "여야가 이념논쟁으로 세월을 보내는 만큼 국민통합과 경제발전을 위해 중도개혁을 추구하는 민주당을 밀어달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 당력을 집중해온 울산 북 재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막판 우위를 점했다고 판단, 투표율 추이를 주시하면서 조심스레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민노당 관계자들은 그러나 `실지(失地)'인 울산 북을 되찾지 못할 경우 정치적으로 커다란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긴장감과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김혜경(金惠敬) 대표는 이날 울산 북을 시작으로 대구 동을, 부천 원미갑, 경기 광주 후보들을 차례로 방문해 격려한 뒤 저녁부터 여의도당사에 차려진 선거상황실에서 당직자들과 함께 선거개표 방송을 시청할 계획이다. 홍승하(洪丞河) 대변인은 논평에서 "무능한 여당과 무책임 야당이 아닌 서민을 대변할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해 잃어버린 진보정당의 날개를 찾아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김남권 이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