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을 잡아라. 17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자리싸움이 한창이다. 당별로 싸우는 단체전은 물론 당선자들간의 개인전까지 함께 치러지고 있다. 우선 국회 본관의 원내교섭단체 사무실 배정문제. 4.15 총선 결과 제3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1당으로 부상한데다 제2당이었던 민주당은 원내교섭단체조차 구성하지못해 17대 국회 개원전에 교섭단체 사무실 배정에 큰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 13대 국회 이후 지금까진 국회 정문쪽을 바라보고 섰을 때 본관 앞쪽 왼쪽 1층은 제1당이, 앞쪽 오른쪽은 제2당이, 뒤편엔 제3당 또는 비교섭단체 사무실이 배정되는 게 관례였다. 또 사무실 크기는 의석수 비율에 따라 차별을 뒀다. 그러나 17대 국회에선 이러한 관례를 깨고 제1당인 열린우리당이 앞쪽 오른쪽 사무실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열린우리당이 제1당이 됐음에도 불구, 현재 민주당이 사용하고 있는 국회 본관 1층 오른쪽 사무실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김찬호 원내행정실장은 "지금 민주당 자리가 여의도국회 초기 원내 1당 또는 여당이 사용해온 자리"라며 "동남향이라서 햇볕이 하루 종일 들고 터가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5대, 16대 대선에서 그 자리의 사무실을 사용했던 국민회의와 민주당이 잇따라 대통령을 당선시켜 국회내에서 `명당'으로 통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일단 현재대로 본관 1층 왼편을 사용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열린우리당이 자리를 내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도 두 번이나 정권을 창출한 교섭단체 사무실로 옮겨가는 데 대해 싫지 않은 기색이다. 하지만 정작 큰 문제는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자민련에도 별도 사무실을 줄 것이냐는 문제다. 지금까지는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할 경우엔 별도로 사무실을 배정하지 않았다. 다만 16대 국회에선 `의원꿔오기'로 교섭단체를 구성한 자민련이 '임대' 의원들의 탈당으로 비교섭단체로 전락한 뒤에도 `버티기'로 일관, 별도 교섭단체 사무실을 유지해온 바 있다. 때문에 민주노동당(10석)과 민주당(9석)은 자민련의 전례를 들어 별도 사무실 배정을 강력 요구하고 있다. 또 의석이 4석뿐인 자민련도 국회 본관에 교두보 확보를 희망하고 있다. 민주당 장전형 대변인은 "새정치에 맞게 다소 장소가 비좁더라도 같이 국사를 논의한다는 의미에서 신축적으로 비교섭단체에도 국회에 공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선자들간에는 의원회관 사무실 배정을 둘러싸고 경쟁이 치열하다. 국회 주변에선 어느 방은 잇따라 당선되는 `명당'이고, 어느 방은 국회가 바뀔 때마다 주인이바뀌는 안좋은 자리라는 등 이런저런 얘기가 풍수지리 이론과 곁들여 그럴싸하게 회자되고 있다. 대체로 의원들은 1층과 맨 꼭대기층인 8층 사무실을 꺼리는 대신 고층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대의 경우 각 당의 다선 중진 의원들이 7층에 몰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17대 국회에선 의원정수가 26명이나 늘어 1층과 8층 사용이 불가피해졌고 이에 따라 의원들의 신경전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김재현 황희경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