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6일 오전 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에서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대선자금 수사 등 정국 현안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소상히 밝혔다. 회견에 앞서 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오늘 오전 11시에 회견을 하려고 한다"고 국무위원들에게 계획을 알리고 회견내용에 대해 "폭탄선언 할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대통령의 입장을 설명하고 궁금한 부분에 대해 질문을 받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병완(李炳浣) 홍보수석도 기자들과 만나 "소위 `10분의 1' 발언이 왜곡, 와전돼 국민에게 부연 설명하고 일련의 관심사에 대해 입장을 밝힌다"고 회견 내용을 예고했다. 이 수석은 `노 대통령 자신의 대선자금에 대한 입장'을 묻자 "검찰수사든 특검이든 다 받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고 노 대통령의 책임문제에 대해선 "수사결과가 나와야 책임도 분명해 지지 않느냐. 정치적, 사법적 책임도 수사결과가 나와야 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이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조사를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앞서 SBS TV 토론에서 이미 분명히 (그것을) 얘기한 바 있다"고 상기시켰다. 노 대통령은 오전 11시 정각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 등 참모진과 함께 2층 브리핑룸에 도착, 모두발언을 통해 "저와 제 주변사람들의 대선자금이나 비리문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런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지난 5월1일 안희정(安熙正)씨 비리의혹 등에 이어 이번이 네번째다. 노 대통령은 `10분 1' 발언과 관련, "폭탄선언을 했다든가 승부수를 던진 건 아니다"고 `폭탄' 해석에 불만을 표시하고 "그러나 결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헛소리 한 게 아니다"며 약속 이행을 확약했다. 이날 노 대통령은 측근비리 문제를 언급할 때는 숙연한 표정이었으나 정치개혁 등을 언급할 때는 제스처까지 동원하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이광재(李光宰), 안희정씨 등 측근비리 의혹에 대해 노 대통령은 "미안할 따름"이라고 운을 뗀 뒤 "대통령이 되리란 기대도 높지않았지만 대통령이 되면 정말 이런 의혹에 시달리지 않는 대통령이 되고 싶었다"며 "철저하게 한다고 노력했으나 철저하게 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안희정씨가 나라종금 문제로 수사받을 때 너무 어려움을 겪는 것 같고 내가 아는 사실과 다른 방향으로 수사되는 것 같아 사실을 밝히려고 했다가 참모들이 부적절하다고 해 가슴 아프지만 말하지 못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고해성사→검증→사면'이라는 지난 7월 자신의 제안에 대해 "세계 어느 나라 역사를 봐도 정치자금 고해성사가 없었고, 서독 콜 수상이 자신의 정치자금 문제가 나왔을때 출처를 묵비한 것을 보면 어려운 일"이라며 "고해성사는 현실성이 없었던 것 아닌가 싶다"고 토로하며 "너무 늦었다"고 사실상 물건너간 카드임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대선자금에 대해 성역없이 수사받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조사방법과 관련해선 "그냥 제가 자진해 검찰로 나갈 생각은 없다. 검찰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청와대로) 와서 조사하겠다면 조사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조사 방법론을 제시했다. 이날 노 대통령의 회견은 질문이 잇따르면서 당초 예정했던 25분 보다 10여분 길어져 40분 가량 진행됐다. 그는 맺음말을 통해 `대선자금 수사및 정치공방에 지쳐있는' 국민여론을 의식한 듯 "부정부패에 대한 더 큰 면역력을 갖기 위해 치르는 홍역"이라고 이해를 구한 뒤 "이 판이 제가 무슨 작전, 공작해서 벌어진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제가 허물이 많지만 지난 대선때 우리가 선거비용을 10분 1로 줄여 선거혁명을 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불법자금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우리의 이런 평가 또한 사실"이라고 역설하고 "이는 우연히 얻어진게 아니라 후보와 함께한 정치인, 많은 국민이 힘을 합쳐 만든 소중한 신화"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