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9개월인 현재 아직 그 성과를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전체적인 그림은 국정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안병영 연세대(행정) 교수는 28일 오후 이 대학 새천년관에서 열린 `국가관리연구원' 개원 기념 학술회의에서 노무현 정부에 대해 이 같이 평가했다. 학술회의는 국가관리연구원 개원을 기념한 것으로 `한국의 국가관리와 리더십:역사적 검토와 대안'과 `21세기 바람직한 국가관리와 한국형 리더십의 모색' 등을 주제로 1,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안교수는 민주주의의 발전과 관련해 우려되는 노 정부의 문제점으로 이념.세대갈등의 첨예화와 위임 민주주의, 코드정치, 노사문제 등 다섯 가지를 꼽은 뒤 "최근우리 사회는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념적 갈등과 세대간 갈등이 첨예화되고 아울러 집단이기주의의 분출도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사회적 합의창출 실패로 걸핏하면 `제로섬' 게임 상황이 연출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의민주주의보다 국민과의 직거래를 꾀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위임민주주의적 성향은 자칫 대중영합주의로 전락할 위험을 강하게 안고 있으며 이른바 `코드'에 의한 정치로 이념엔 강하지만 정책 전문성이 약한 인재들이 국가 요직에 과도하게 충원된 것은 국정능력 차원에서 우려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회와 정당으로 대변되는 정치사회가 무척 취약하고 노사, 노노, 노정갈등이 첨예화하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할 노사관계 개혁이 지지부진한 점도 민주주의 발전에 우려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노태우 정부에 대해서는 `민주화의 개막'으로, 김영삼 정부는 `정치적 민주주의의 진전'으로, 김대중 정부는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진전'으로 각각 평가하기도 했다. 임현진 서울대(사회) 교수는 `한국의 국가능력과 시민참여'란 제목의 발표문에서 "노 정권이 약속한 `개혁'은 실종되고 `통합'이 저해되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로국가관리에 대한 아마추어적 접근이 근인(近因)이라면 시민참여에 대한 포퓰리스트적인 접근이 원인(遠因)"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의 민주주의는 이행을 끝내고 공고화의 단계에서 지연되고 있지만 한국의 국가는 더이상 만능이 아니며 시민사회의 조력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한 뒤 "시민참여와 국가능력이 조화된 갈등 조정이 가능할 때 한국 민주주의는 힘있는 것으로 자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최장집 고려대(정치)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의 제도디자인'에서 "한국은 강력한 국가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운동에 의한 민주화의 한 효과로서 시민사회 역시다이내믹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양자를 매개하는 매우 허약한 정당체계가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한국에 적합한 정치제도가 무엇인가를 찾는 일에 앞서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필요한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며 이에 따라 민주주의의 제도 개혁 논의들은 그간의 한계에서 벗어나 이성적.공론적 논의가 가능한방향으로 확대발전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평길 대통령포럼 대표는 `청와대 국가관리 시스템'이라는 발표문을 통해 청와대 조직개편안을 제시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현 정책기획실의 폐지와 그 기능을 전문 수석실로 신설.이관,보좌관제 폐지 및 경제.통일외교.국방.교육문화.노동복지 수석실 신설, 국민참여.민정수석실 폐지와 그 기능의 일부를 경제.정무.공보.총무.인사.감사원.검찰에 일부이관, 정보수석실 신설 등과 함께 정무수석은 기존 조직기능을 유지.보완하되 야당담당 정치 협상.협력 강화 등을 제안했다. 이날 개원식에서는 고건 국무총리가 기념 축사를 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