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귀국이후 옥인동 자택에서 두문불출해온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가 25일 차남 수연(37)씨 결혼식을 위해 첫 나들이에 나섰다. 이 전 총재는 부인 한인옥(韓仁玉) 여사와 함께 오후 1시께 서울 성북동 성당식장 입구에서 여느 혼주들과 마찬가지로 신랑과 함께 200여명 하객들에게 인사를했다. 그러나 지난 대선 때 당에 유입된 SK비자금 사건때문인지 다소 표정이 무거웠고"감사하다"는 말 이외엔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 전 총재 내외는 혼인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가족좌석 맨 앞줄에 장남 정연씨부부와 나란히 앉아 엄숙하고 조촐한 분위기 속에서 예식을 지켜봤다. 혼인미사를 끝낸 뒤 이 전 총재는 신랑.신부가족을 대표해 "아직 젊고 철없는젊은이들이 앞으로 큰 실수 없이 정직하고 화목하게 가정을 이뤄 살아가면서 사회에봉사하면서 살도록 잘 지켜봐달라"고 인사했다. 이어 이 전 총재는 `언제쯤 입장 발표를 할 것이냐', `대국민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 있느냐'는 등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마디 언급도 없이 승용차에 올라 옥인동 자택으로 향했다. 식장에선 유인태(柳寅泰)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 전 총재에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축하인사를 전한 것을 비롯해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 홍사덕(洪思德) 총무, 이강두(李康斗)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김진재(金鎭載) 김덕룡(金德龍) 양정규(梁正圭) 하순봉(河舜鳳) 신경식(辛卿植) 이상득(李相得) 김종하(金鍾河) 목요상(睦堯相) 이규택(李揆澤) 윤여준(尹汝雋) 안택수(安澤秀) 의원 등 한나라당 소속 의원 30여명이 하객으로 참석했다. `안풍' 사건으로 1심에서 유죄선고 받은 뒤 의원직 사퇴 및 정계은퇴를 선언한강삼재(姜三載) 의원도 참석했다. 이외에 서정우 전 법률고문을 비롯해 이흥주(李興柱) 이종구(李鍾九) 이병기(李丙琪) 양휘부(梁輝夫)씨 등 전 특보들과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도 보였다. 이 전 총재는 이들 의원들로부터 축하인사를 받으면서 현안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고, 이들과 별도로 만나지도 않았다. 서 전 대표도 기자들에게 "국민에게 사과이외에 무슨 할 말이 있느냐"고만 말했을 뿐 현안에 대한 질문엔 "결혼 축하하러 와서 무슨 얘기를 하겠느냐"며 피했다. 이 전 총재의 한 측근은 "이 전 총재가 내달초 미국으로 다시 나가기 전에 뭔가입장발표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 "수사가 진행돼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면 입장발표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오는 31일 혜화동 성당에서 선친 이홍규(弘圭)옹 1주기 추도미사에 참석한 뒤 예산 선영을 참배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