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돈웅(崔燉雄) 의원이 SK비자금 수수사실에 대해선 시인했지만 나머지 의혹에 대해선 일체 함구하고 있어 돈의 정확한 규모와 용처 등 SK비자금을 둘러싼 궁금증은 계속 증폭되고 있다. 또 최 의원의 수수 시인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나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측 모두 "우리는 모르는 사실", "우리와 직접 관련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최 의원이 SK로부터 받았다는 돈의 규모를 둘러싸고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검찰은 `100억원 수수'를 시인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조사 직후 최 의원과 통화한 한나라당 심규철(沈揆喆) 의원은 "최 의원이 검찰에서 한묶음 받은 적이 있다고 했을 뿐 100억원이라고 얘기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부분 정치자금 사건의 경우 받은 사람은 규모를 축소하거나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심 의원이 전한 최 의원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게 아니냐는 지적이 높다. SK비자금이 어디로 흘러들어갔는 지도 논란이다. 당사자인 최 의원이 용처에 관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 억측만 분분한 상황이다. 검찰은 당시 한나라당 선거대책위라는 공개된 조직보다는 이 전 총재의 비선조직이나 사조직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이 전 총재측은 펄쩍 뛰며 부인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이 전 총재의 사조직은 개인후원회인 `부국팀'뿐이며 부국팀은지난해 11월26일 이 전 총재의 의원직 사퇴후 당 선거대책위 직능특위로 흡수됐다. 때문에 본격 선거운동에 돌입한 뒤에는 형식적으로는 모든 활동이 당 선대위라는 공조직의 테두리내에서 이뤄진 셈이 된다. 이에 따라 SK비자금은 최 의원을 통해 형식적으로는 당의 창구를 거쳤으나 실제집행은 몇몇 핵심인사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게 아니냐는 추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의원의 대선 당시 역할이 당 재정위원장이었다는 점과 검찰 출두전인 지난 11일 의원총회에서 "당에서 대처해 주지 않으면 저 자신 어떤 행동을 할 지 저 자신을잘 알지 못하겠다"고 당을 겨냥해 불만을 터뜨렸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선 당시 한나라당이 조직적 선거운동을 위해 방대하게 꾸렸던 직능특별위원회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시 경제단체, 노동단체, 종교단체, 시민단체는 물론, 각종 이익단체와 향우회, 종친회, 동창회까지 관장하는 `싹쓸이형 직능특위'를 구성했으며, 이조직을 통해서만 320만표를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웠었다. 당시 직능특위(위원장 김진재)는 자문위원회와 분야별 8개 위원회, 산하 33개위원회로 구성돼 당 중진들이 `얼굴마담'격으로 책임을 맡았고 하부조직은 점조직형태로 운영돼 대선 당시 그 실체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 때문에 당내에선 직능특위 운영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지만`자급자족형 운영'이라는 방침이외에는 회계과정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대선 당시 회계업무를 총괄했던 김영일(金榮馹) 전 사무총장은 "공식적 당 선대기구에서 쓴 비용은 선관위에 모두 신고했다"면서도 "방대한 선거기구를 총괄하다보니 긴박하게 이뤄진 사안들을 모두 다 알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의 SK비자금 유입 인지 여부에 대해선 지금까지 이 전 총재가 돈문제에 대해선 일절 개입하지 않아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정치권에서는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