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제12차 남북장관급회담의 사흘째인 16일 북한이 "때가 되면 핵억제력을 물리적으로 공개하는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핵억제력'이란 핵무기를 의미하므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지, 핵무기를 공개할지 주목된다. 미국의 일부 정보분석가들은 북한이 최소 1~2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해 왔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우리(북)를 악의 축, 핵선제공격 대상으로 규정한 부시 행정부가 '선 핵포기'를 고집하며 동시행동방식을 반대한다면 우리로서도 자위적인 정당방위수단으로서의 핵억제력을 유지 강화하는 조치를 계속 취해 나가는 수 밖에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대변인은 그러나 어느 시점에 핵억제력을 공개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이날 북측의 발언은 폐연료봉 재처리 및 용도변경 선언의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며 "북핵 문제에 무관심한 미국의 눈길을 끌어보려는 조치의 일환으로 압박의 수위를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종료하루를 앞둔 장관급회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이날 평양 고려호텔에서 수석대표 및 실무대표 접촉을 잇따라 열고 핵문제 등 공동보도문에 들어갈 문안을 놓고 밤샘협상을 벌였다. 우리측은 핵문제와 관련, 북측에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 것과 2차 6자(남북, 미ㆍ중ㆍ일ㆍ러) 회담의 조속한 수락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북측은 "핵문제는 북ㆍ미 간의 문제이므로 상급(장관급) 회담에서 논의할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긋고, 반북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일부 보수 단체의 해체와 비전향 장기수 송환 요구를 되풀이했다. 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