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차 남북 장관급회담은 한치의 양보 없는 기싸움과 팽팽한 긴장 속에서도 여유를 과시하는 양태로 진행되고 있다. 장내에서의 반목과 장외에서의 우의가 전혀 어색하지 않게 공존하면서 '감정적인 대립'이 앞섰던 회담 양상이 이제는 철저한 '이슈 파이팅'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측은 모두 회담장에서 '따질 것은 따진다'는 자세로 치열한 설전과 신경전을벌였으나 회담장 밖에서는 오히려 돈독한 우의를 과시했다. 15일 첫 전체회의에서 북핵문제를 비롯, 북측의 예상치 못했던 남측 보수단체해체 요구, 비전향장기수 송환 등으로 심각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이다. 양측 대표단은 회담장 분위기가 험악해지면서 을밀대 참관까지 취소했다. 예전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대표단의 공동오찬도 무산되기 마련이었지만 이번에는 사뭇달랐다. 양측 회담 관계자들은 "그동안 인간적인 신뢰가 쌓였기 때문 아닌가 싶다"며 "다른 것은 양보 없이 다투되, 그래도 상대에 대한 믿음은 잃지 않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옥류관에서 열린 공동오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고 헤드테이블에앉은 남측 정세현 수석대표와 북측 김령성 단장은 시종일관 다정하게 대화를 나눴다. 특히 정 장관은 김 단장의 권유로 냉면 두 그릇을 비우는 식욕을 과시했고 식사후에는 대동강변을 낀 베란다에서 청명한 가을 날씨와 시내 전경 등을 주제로 환담을 나눴다. 이번 회담에 첫 선을 보인 북측 최영건 건설건재공업성 부상은 대화 상대인 남측 김광림 재정경제부 차관에게 후배가 선배 모시듯 깍듯하게 달라붙어 이것저것 물어보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장관급회담의 경색국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달 말 이어질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의 '메인 게임'을 염두에 두는 듯한 인상이었다. 남측 회담 관계자는 "2000년 6.15정상회담 이후 남북 당국간 회담만도 이번을포함해 80차례"라며 "회담이 정례화되고 양측 대표들간에 개인적인 신뢰가 쌓이면서서로 따질 것은 따지되 감정대립은 피하는 성숙한 회담 문화가 정착돼 가고 있다"고말했다. (평양=연합뉴스)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