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천(朴相千) 대표는 15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신당 창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 및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등을 강도높게 비판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날 A4 용지 34쪽 분량의 연설문 중에서 30쪽이 정치현안에 할애됐으나 경제 및 민생 현안에 대한 부분은 4쪽에 그쳤다. 박 대표는 원고외 발언을 통해 주간조선과 한국갤럽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책임총리제에 대한 찬성 여론이 반대 의견보다 10%P 가량 높게 나온 점을 강조하는 등 자신의 지론인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과 책임총리제 도입에도 역점을 뒀다. 그는 "우리 민주당은 야당의 길을 꿋꿋하게 걷겠다"면서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며 현 정국을 `겨울'로 표현하는 등 제2야당 대표로서 인식을 새롭게 전환했음을 부각했다. 그는 또 "신당의 기본 방침은 정치권 안팎의 진보성향 인사들을 합쳐서 `범개혁단일신당'을 만드는 것"이라며 "노 대통령이 지향하는 `진보 대 보수의 정당구도'는 선진민주국가에서는 사라져가는 것으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려 한국에 재현하려는 무모한 시도"라며 `신당 때리기'에 주력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의 중도개혁주의를 지지하면서도 마지 못해 탈당파를 따라간 의원들에게도 재입당의 문호를 개방할 것"이라며 `복당'을 손짓해 눈길을 끌었다. 박 대표가 "국회가 고건 총리와 대법관들의 임명동의안을 승인하고 추경예산안을 제때 통과시킨 일은 숨기고 대통령 뜻대로 안된 일 두가지(행자장관 해임안 통과와 감사원장 인준안 부결)를 내세워 `발목잡기 국회'라고 한다면 국회는 통법부가 돼야하느냐"고 반문하자 한나라당 의원들 두세명이 `옳소'라고 맞장구를 쳤다. 최병렬(崔秉烈) 대표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연설문을 꼼꼼하게 읽으며 경청한 반면, 통합신당 의원들은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눈을 감거나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창동(李滄東) 문화관광장관은 박 대표의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자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약간 숙인채 5분 가량 단상으로부터 시선을 돌리기도 했다. 한편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최돈웅(崔燉雄) 의원의 자택에 검찰수사관들이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으나 문을 안 열어줘서 못 들어가고 있다'는 상황을 적은 쪽지가 최 대표와 홍사덕(洪思德) 총무 등 한나라당 지도부에 전달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