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0일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SK 비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 "수사가 끝나면 결과가 무엇이든 간에 이 문제를 포함해 그 동안 축적된 국민 불신에 대해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힌 뒤 "재신임 방법으로 국민투표를 생각해 봤으나 안보상 문제가 있을 수 있기에 적절한 방법인지 모르겠다"며 "어떻든 공론에 부쳐 재신임을 받겠다"고 말했다. 시기에 대해서는 "국정의 공백과 혼란이 가장 적은 시점이 적절할 것"이라며 "그러나 시간을 오래 끌지 않겠으며,아무리 늦더라도 (내년) 총선 전후까지는 재신임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헌정사상 현직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이 취임 후 추진해온 각종 '국정 및 개혁과제'운영에도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울러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과 행정 각 부처,사회 전반에까지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은 즉각 "이른 시일 내에 가장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처리하라"며 국민투표 방식을 제안한 반면 통합신당은 "국민투표식 재신임은 위헌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최 전 비서관 건과 관련,"그 행위에 대해 제가 모른다 할 수 없다"며 "그에게 잘못이 있다면 제가 책임져야 하며,이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또 "국민은 의혹 없는 깨끗한 대통령을 원하며 심판을 통해 사면받는 대통령을 원할 것"이라며 국정 포기보다 정면 돌파 의지를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이 밖에 "어정쩡하게 책임을 면하는 대통령을 보고 무슨 희망과 정치개혁을 기대하겠느냐"며 재신임을 통해 정치개혁을 추구해 갈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한편 고건 국무총리는 이날 노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에 대해 "무거운 부담을 느낀다"면서 "국정 운영에 추호도 차질이 없도록 내각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고 총리는 이날 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총리의 부담이 커지게 해 힘드시겠다. 사전에 상의를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고 총리는 11일 오전 총리공관에서 당초 예정된 정례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를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 및 핵심 수석비서관을 포함한 '전 국무위원 간담회'로 확대해 주재하고 노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허원순·정종호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