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인민회의 11기 1차회의는 핵 파문에도내부적으로 강한 경제개혁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이 주목할만 하다. 이는 총리를 비롯한 일부 경제부처 관료들이 대체로 실물경제에 밝은 인사들로교체된 데서 드러나고 있다. 3일 하루동안 열린 이번 회의에서는 박봉주 화학공업상이 내각총리에 선출됐고,전 정무원(현 내각) 자재공급위원장을 지낸 11기 대의원(국회의원) 로두철과 전 금속기계공업상 전승훈이 부총리를 맡았다. 국가경제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국가계획위원장에 김광린 부위원장이, 금속기계공업상에 김승현 부상이 각각 승진했고, 채취공업상과 화학공업상은 잘 알려지지 않은 리광남과 리무영이 선출됐다. 이미 교체된 리광호 과학원장과 리경식 농업상, 주동일 전기석탄공업상 까지 포함하면 경제요직이 큰 폭으로 갈린 셈이다. 북한의 이번 인사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실무에 밝고 대체로 신사고를 갖춘인물들이 전진 배치됐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때문에 지난해 7.1경제개선 조치에 따라 경제 전반에 일고 있는 혁신운동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조명철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능력보다는 고위층의 친분관계에 따라 인사가 단행된 것이 관례였다"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실무형의 테크노크라트 위주로 경제부처가 바뀌게 돼 새로운 아이디어가 정책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통일연구원의 박형중 북한연구실장은 "7.1경제개선 조치 이후 바뀌고 있는 경제시스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북한 경제 전반의 문제점"이라면서 "신진관료들은 우선 이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경제개혁 의지는 핵문제로 꼬여있는 대외관계 때문에 당장 경제분야 일선에까지 확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즉 새 경제팀은 핵문제로 인한 불안정한 대외 환경 때문에 적극적으로 새로운일을 벌이지는 못하고 기존 경제정책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수습해 나가는 데 주력할것이란 설명이다. 이번 1차회의에서 드러날 것으로 관측됐던 경제 관련 법안들을 비롯한 김정일국방위원장의 통치 2기를 열어갈 경제비전이 제시되지 못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김연철 연구교수는 "최고인민회의에서 당면한 경제문제에 대한 비전이 제시되지 않은 것은 대외관계의 불안정성에 요인이 있는 것 같다"며 "당분간 여러 정책을 내놓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명철 연구위원도 "총리를 비롯한 일부 경제부처에 김정일 위원장의 측근이 아닌 실무급 인사들을 기용한 것은 북한 지도부가 경제문제는 이들에게 일임하고 당분간 핵문제 해결과 국방력 강화에 주력할 것임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라고 풀이했다. 따라서 박봉주 총리를 중심으로 한 북한의 내각은 당분간 주요 정책을 둘러싼당과 내각, 군과 내각의 갈등을 조정하는데 치중하면서 대외관계 변화에 맞춰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