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신당 논의가 `임시 전당대회냐 막후 타협이냐'라는 일대 분수령을 맞고 있는 가운데 권노갑(權魯甲) 전 고문이 현대 비자금 수수 의혹으로 전격 체포됨에 따라 돌연 `안갯속'에 빠졌다. 권씨의 체포로 지난 2000년 총선 당시 현대비자금의 여권 유입의혹은 거의 기정사실화 돼가는 분위기며, 검찰수사 결과 이같은 의혹이 낱낱이 밝혀질 경우 여권 재편 등 정치권의 지각변동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권씨가 자금수수 리스트를 공개할지, 그리고 그 리스트에 어떤 인사들이포함됐는지 등은 신.구주류가 첨예하게 맞선 신당논의의 향배를 가를 변수로 작용할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는 13일 조정대화기구를 열어 오는 25일로 잠정 결정된 임시 전대의제와 대의원명부 작성 등 핵심쟁점에 대한 계파간 입장을 최종 조율한 뒤 14일 당무회의에서 전대 관련 안건을 합의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권씨 체포란 악재가 돌발하자 신.구주류 모두 신당논의에 관한 전략을수정하는 등 대처방식을 놓고 내부 혼선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당 안팎에선 이번 사건이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웠던 정대철(鄭大哲) 대표파문의 재판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구주류 최명헌(崔明憲) 고문은 "이번 사건은 별개의 문제이며 타협안이든 전대등 하나로 결론낼 것"이라고 선을 긋고 나섰지만, 파문이 가라앉을 때까지 사태 수습을 위한 당의 단합에 주력하면서 물밑 조율을 계속하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지지않겠느냐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신주류 의원들이 12일 신당추진모임에서 `권노갑 파문'과 관련, 미리 입을 맞춘듯 "좀더 두고보자"며 철저히 함구로 일관한 것도 이러한 향후 전망을 가늠케한다. 신주류의 신중한 태도는 구주류가 권씨가 받은 비자금의 귀착지로 `여권 386'등 개혁파 의원들은 지목한 것과 무관치 않고, 특히 동교동계를 비롯한 구주류를 자극해봤자 전혀 득 될게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속도조절론'과는 달리 "이 참에 신당논의를 조속히 마무리짓자"는 가속도론도 신.구주류 양측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임시 전대를 통해 신당논의를 결판내겠다고 대의원들에게 약속한 만큼 당장 8월안에 가시적 성과를 보여줘야하고, 더 이상의 신경전은 당과 계파를 위해서라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김태랑(金太郞) 최고위원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인식이 공유되면서신당논의가 오히려 가속도를 낼 것"이라면서 "일부가 (검찰수사에) 쓸려가도 남는사람으로 빨리 해야하고, 이번에 정리할 것은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도파인 이용희(李龍熙) 최고위원도 "서로 더 이상 시간 끌것 없이 결론을 내자는 분위기"라고 전하고 "이번 사건으로 상황이 다르게 전개돼 전대없는 대타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현재로선 전대로 가는 게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