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영변 핵시설이 아닌 다른 곳에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제2의 비밀공장을 보유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할 설득력 있는 증거가 드러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이 20일 보도했다. 신문은 최신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미국 및 아시아 소식통들을 인용, 이에 따라 북한의 핵 프로그램 해결을 위한 외교적 전략은 물론 외교적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을 때 취해질 수 있는 군사적 방안들을 모두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행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가 "매우 우려할 만하지만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고 표현한 새 증거의 발견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연료봉 8천개를 재처리했다고 미국에 통보한 지 11일만에 나온 것이다. 미국 관리들은 연료봉이 플루토늄으로 전환될 때 분출되는 크립톤85 수치가 상승하고 있음을 휴전선 일대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감지하기 시작했다고 확인했다. 미국은 수년간 인공위성으로 영변 핵시설을 집중 감시해 오고 있는데, 한반도 대기에 떠도는 크립톤85를 추적한 컴퓨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 기체의 진원지에서 영변 핵시설은 배제되는 것 같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신문은 대신 이러한 분석은 산속 지하에 건립된 제2의 비밀공장이 크립톤85의 진원지일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회의(NSC) 고위 관계자들은 북한내 제2의 핵시설이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이 많은 기술적 결함 때문에 이를 놓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계속 제기해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또 한국 정보원중 한 명이 영변 북동쪽에 제2의 핵시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왔다는 한국 정보기관의 보고로 인해 이같은 우려가 고조돼왔다고 지적했다. 최악의 경우 폐연로봉이 플루토늄 생산을 위해 앞서 알려지지 않았던 재처리 공장으로 옮겨졌으며, 이미 무기제조를 위해 5∼8㎏ 묶음으로 수송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이어 북한에 제2의 풀루토늄 공장이 존재한다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94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고려했던 핵시설에 대한 선제 군사공격 같은 선택 방안을 갖기 어렵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백악관의 스콧 매클렐런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정보 문제들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보도도 확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그러나 북한이 "지난해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는 것을 공표한 바 있음을 지적하고 "그들(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요원 추방과 핵시설 재가동 등 최근 몇개월간 (위기를) 고조시키는 많은 조치들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도 이에 대해 "가능성을 제기한 것일뿐 확인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한미간에 그런 시설에 대한 논의를 한 적이 없다"면서 "특히 비밀 핵시설이라는 표현에는 공감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도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다. 북핵 문제와 관련된 가설을 갖고 보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인하면서 "이 문제가 대화국면에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영묵.추승호 기자 economan@yonhapnews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