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17일 중부전선인 경기 연천 비무장지대(DMZ)에서 아군을 향해 기관총을 발사한 것이 우발사고인지 의도적 도발인지 여부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총탄 4발 가운데 3발이 1천100m나 떨어진 아군 GP 옹벽에 정확하게 꽂힌데다 DMZ 내 총기관리가 엄격한 점 등에 비춰 고의 도발 가능성에 무게를 더 두고 총격 의도를 분석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50주년 기념일을 열흘 앞둔 시점에서 총격을 가한 것은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조여오는 국제사회의 압박에 저항하고, 군사정전위원회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미국은 그 동안 북핵 해법과 관련해 다자회담을 거부해 온 북한에 대한 단계적 제재조치의 전단계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 채택을 준비하고, 다음달 대북경수로공사를 중단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등 북한 정권을 자극할 만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특히 미 국방부가 북한의 제한된 자원을 고갈시키고 군부의 동요를 유도, 김정일 체제의 붕괴 환경을 조성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작전계획 5030'을 수립 중이라는 외신보도가 나오자 북한 지도부는 극도로 긴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북한은 북핵 해결을 위한 양자회담과 다자회담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대북 제재의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자 체제 존립이 극도로 위협받고 있다고 판단, 무력도발을 통해 위기 돌파구를 찾으려는 유혹을 가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이 최근 북.미 뉴욕 실무접촉에서 '폐연료봉 8천개의 핵재처리 완료'와 '50MW와 200MW 원자로의 공사 재개'를 통보하는 등 스스로 위기를 고조시키는 전략을 구사한 연장선상에서 이번 DMZ 총격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에 이어 다시 상황을 악화시키는 시나리오를 진행시키는 것으로 판단된다. 국제사회의 북한 제재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 얼마든지 있음을 과시하기 위해 총격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존 킹 영국군 준장을 단장으로 하는 군사정전위원회 현장조사단의 조사결과, 의도적 군사도발로 결론날 경우 공식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촉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발적 총격 가능성을 제기하는 군내 시각도 만만찮다. 북한군이 기관총 4발만 발사하고 추가적인 특이동향을 보이지 않은데다 총격 시점이 근무교대 시간인 점에 비춰 새로운 근무조가 총기의 이상유무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오발로 실탄이 발사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총기가 발사된 북한군 GP에는 통상 20-30명의 경계근무자들이 배치돼 주야간 교대로 근무하고 있으며, 오전 6시를 전후해 아침근무 교대가 이뤄지는 것으로 합참은 파악하고 있다. 합참 간부는 "북한이 긴장 조성을 통해 핵카드 전술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를 가졌다면 기관총 4발을 발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추가적인 군사행동을 보였을 것"이라며 우발적 총격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번 총격은 의도성 여부를 떠나 일회성 사건으로 끝날 경우 금강산 관광을 포함한 향후 남북 교류협력 사업에 별다른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군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유사한 형태의 군사적 움직임이 반복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군 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외교적 채널을 통해 북핵 문제를 풀려는 우리 정부의 노력에 급제동이 걸리고, 미국 매파 세력의 대북 강경책이 힘을 얻으면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새로운 군사적 행동을 취한다면 고의성 여부에 관계없이 한반도 긴장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악화될 수도 있으나 현재로선 그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DMZ 총격이 한반도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지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의 추가적인 군사행동 여부에 달려있는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