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의 거취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에 변화 기류가 감지된다. 정 대표가 `대선자금'을 거론했을 때 격앙.강경했던 분위기가 많이 수그러든 인상이다.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 등은 "누구든 범법사실이 드러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하고 있으나, 정 대표와 청와대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과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의 13일 심야회동이후 이같은 기류변화가 표면화되고 있다. 유 수석은 14일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는 술만 먹었다"면서 "문 실장은 자신이 11일 기자들과 만나 `정계은퇴' 운운한 것은 와전된 것이라고 말했고, 정 대표도 `대선자금 발언은 의도가 없는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유 수석은 또 `정 대표가 검찰수사 방관에 대한 청와대측 태도를 비난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정 대표가 청와대에 대한 불만을 특별히 얘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날 회동에 동행했던 한 관계자는 "정 대표나 문 실장, 유 수석 모두 자신들이 할 말을 다해 속이 후련해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면서 "헤어질 때는 표정이 매우 밝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 주변에선 정 대표 거취 문제는 정 대표 본인이 결정에 맡긴다는 입장을 정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정 대표가 집권당 대표로서 금기사항인 대선자금을 거론하며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 결과적으로 주효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정 대표가 물러나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 이미 기정사실이라는 관측엔 변함이 없다. 정 대표가 위기의식에서 다소 이성을 잃은 듯한 행동을 하는 것을 일단 진정 진정시킬 필요가 있고, 정 대표 낙마시 신당 창당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되는 만큼 일단 `계속 대표직 수행'쪽으로 가되 국민여론을 감안, 적절한 시점에 정리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청와대측은 "설사 그렇더라도 그것은 전적으로 정 대표가 판단할 문제"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당.정분리'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정 대표의 불법자금 수수나 `대선자금' 발언파문으로 인한 유탄을 미연에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철저하게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도 이런 배경이라는 것이다. 한편 청와대가 정 대표 사건에 대해 검찰로부터 사전에 감지하고 있었으면서도 정 대표측에 제대로 알려주거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정 대표측의 불만에 대해 문재인 수석은 "기자들이 취재하는 것처럼 우리도 (검찰쪽에) 조금씩 알아본 것"이라며 "유 수석이 정 대표에게 이런 내용을 귀띔정도는 해주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