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8천여개 핵 폐연료봉중 소량을 최근 재처리했고 핵고폭 실험을 실시해왔다는 최근 국정원 국회보고 내용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북한이 최근 폐연료봉을 실제 재처리했는지 여부. 국정원의 소량 재처리 보고와 달리 국방부와 외교통상부는 북한이 아직 폐연료봉을 재처리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가 기관간에 혼선이 빚어진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으나 이는 정보의 혼선이라기 보다는 해석상 표현의 차이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즉, 북한이 아직 본격적인 재처리는 하지 않았다는 것. 조영길 국방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보고에서 "북한 방사화학실험실의 재처리징후가 올해 처음 두차례에 걸쳐 포착됐다"며 "그러나 국정원의 보고는 시험 가동이지 재처리 자체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지난달 TV 프로그램에서 "한미 정보당국의 분석에 의하면 북한은 아직 본격적인 재처리및 무기화 단계에 이르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본격 재처리에 나섰다는 뚜렷한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히는 등 여러 정황상 북한의 재처리는 시험가동 수준에서 굴뚝으로 연기를 낸 정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12일 "북한이 8천계의 폐연료봉을 모두 재처리하는데 7개월이 걸린다"며 "재처리가 완료되면 4~6개의 핵탄을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있다"고 말했다. 재처리 문제와 함께 제기된 북한의 고폭 실험은 새로울 것이 없는 이야기다. 북한이 핵무기 제조전 단계인 고폭 실험을 80년대부터 90년대초까지 이미 70여회 실시, 미국 등의 정보망에 탐지된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북한은 다만 97년 이후에도 평북 구성시 용덕동에서 70여 차례 고폭실험을 추가로 실시한 것이 이번에 알려지는 등 꾸준히 핵 보유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렇다면 북한이 과연 실제 핵무기를 보유중인 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북한은 이번엔 재처리가 시험 가동에 그치고 있다 해도 이미 핵탄 1~2개 제조가가능한 10~12㎏의 플루토늄(Pu)을 확보하고 고폭 실험을 통해 핵 개발을 추진해왔다. 고폭 실험만으로도 핵 개발이 가능하긴 하지만 완전한 핵실험은 아직 실시하지 못한것으로 정보기관들은 보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아직 완전한 형태의 핵탄 보유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이고 핵탄을 가졌다고 가정해도 고폭장치 등 관련기술 수준이 낮아 중량이 2-3t 이상 될 것으로 추정돼 실제 핵 투하 능력이 의문시된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고건 국무총리는 이와관련, 11일 "북한이 핵무기 1~2개 정도를 만들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중이라고 판단한다"며 "다만 실제 핵무기를 제작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여러 다양한 정보가 있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확보되지 않은 상태"라며 단정을피했다. 미국측의 시각은 한국 정부의 관측보다 앞서가는 분위기다. 주한미군은 내부교육용으로 발간한 팩트북 2003년판에서 북한이 이미 1∼2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미 고위 당국자들도 지난해 북핵 사태가 불거진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북한이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미국측은 뚜렷한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와관련,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은 지난달 워싱턴을 방문한 조영길 국방장관과 고영구 국정원장에게 북한이 지금 추세로 핵무기를 개발할 경우 2010년까지 45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성섭 기자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