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5시 30분(현지시각)부터 미국뉴욕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진행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현지 교민 간담회는 본행사 앞뒤의 참석교민간 환담을 제외하면 40여분만에 끝났다. 그러나 북핵문제라는 민감한 현안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노 대통령의 미국 방문 첫 행사라는 점에서 분위기는 진지했다. 행사를 준비한 뉴욕 총영사관은 당초 700명의 현지 교민과 지ㆍ상사 직원, 각급기관 관계자들을 초청할 방침이었으나 국내 인사들중 상당수가 참석을 강력히 희망해 참석인원을 900명으로 늘렸다. 행사는 노 대통령 내외에 대한 꽃다발 증정, 김기철 뉴욕 한인회장의 환영사,노 대통령 인사, 건배 등 순서로 진행됐다. 노 대통령은 간담회 끝부분에서 행사를 마무리하려던 사회자의 말을 끊으면서 "순서에는 없었으나 여러분들과 악수는 하고 가야겠다"면서 연단에서 내려와 앞쪽의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 뒤 행사장을 떠났다. ○...노 대통령은 사전에 준비된 원고없이 즉석에서 행한 인사를 통해 때때로 우스갯소리를 섞어가며 이번 방문을 통해 한미간 현안의 해결 토대를 마련하겠다는의지를 강력히 피력해 10여차례의 박수를 받았다. 노 대통령은 "선거전을 어렵게 치르느라 후보로서 여러분을 찾아뵙지 못했는데 지나고 나서 보니 전용기를 타고 오기 위해 그랬던 모양"이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또 "미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 궁금해하고 어떤 경우에는 의심하기도 하는 것은 내가 새로운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동안 주류사회의 일원이 아니었고 선거에서도 안될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해 환호섞인 박수를 이끌어냈다. 참석자들은 노 대통령이 이어 "이런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해왔고 이라크 파병도 그 일환이지만 아직도 이에 관해 상반된 보도가 나오고 있어 여러분을 혼란하게 하고 있다. 이번에 이런 혼란을 말끔하게 해소하겠다"는 대목에서 가장큰 박수를 보냈다. ○...노 대통령의 시원시원한 화법은 여전했지만 최근 한미 관계의 민감한 성격을 감안해 발언내용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그 동안 일부 미국 언론에 '반미주의자'로 왜곡되게 비쳐져 온 것과는 달리 자신이 사실은 미국을 "자유와 인권을 소종히 여기는 국가"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시민운동을 하던 80년대 초반부터 미국이 버지니아 권리선언으로 독립전쟁에서 승리했음을 지적하면서 정의가 승리한 역사를 소중하게 여기고 부러워한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밝혔다. ○...간담회에서는 노 대통령의 빠듯한 일정을 감안해 참석 교민들과의 질의응답은 생략했으나 김기철 뉴욕한인회장과 정영인 평통뉴욕협의회 회장, 석연호 주미상공회의소 회장 등은 환영사와 건배 제의 등을 통해 교민사회와 현지 경제계의 희망사항을 피력했다. 김 회장은 특히 "재외동포법의 발전적 개정"을 부탁했으며 정 회장과 석 회장은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 경제에 더는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줄 것"을 희망했다. 노 대통령은 "재외동포법 개정과 이중국적 허용문제는 여러 의견을 듣고 여러분이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이 문제는 제도보다 인식이 중요하다"면서 "자녀의 국적문제가 아직도 공직 취임에 장애가 되고 있는 현실은 넓게 인재를 쓸 수 있는 가능성을 막고 해외에서 국가를 위해 일하려는 사람의 기회를 박탈하는 처사"라면서 "국민이 이에대한 인식을 바꾸도록 하기 위해 버틸 것은 버텨야겠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