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북-미-중 3자회담에서 핵무기 보유를 시인하고 가까운 장래에 핵실험을 할 수도 있다며 미국과 중국을 위협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25일 보도해 파문이 일고 있다. CNN 방송은 3자회담 미국측 대표단에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 "북측 대표인 리근 외무성 부국장이 `북한은 핵무기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고 시인한 뒤 제임스 켈리 미국 대표에게 `그에 관해 미국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고 보도했다. CNN은 또 다른 당국자 말을 인용, "리 근 대표는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약속하는 안보문서에 서명한다면 북한이 핵개발계획 폐기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그러나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NBC 방송도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시인하고 핵재처리를 시작했다고 밝힌 뒤 3자회담이 결렬 일보직전에 있다고 미 행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북한이 3자회담에서 핵보유 발언을 했다는 연락을 받았음을 인정했다고 교도(共同)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북한의 핵보유 언급이 사실일 경우 북핵사태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으며, 북-미-중 3자회담과 확대 다자대화 등 북핵 관련대화의 지속여부도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일본의 재무장을 유발하고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지는 한편 국내에서도 '핵무장' 여론이 대두되는 등 큰 파장을 몰고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보유 시인 발언이 사실이더라도 실제 핵무기를 보유했다기 보다는 '협상용 위협카드'라는 분석도 적지않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에 대해 "북한이 과거의 협박게임으로 회귀했다"고 비난하면서 "우리의 목표 중 하나는 비확산체제를 강화해 전세계가 대량살상무기, 또는 대량살상무기 원료의 확산에 관심을 집중토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나는 북한으로부터 거부당한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듣기를 고대한다. 중국도 한반도가 비핵지역이 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면서 "이는우리가 위협당하지 않겠다는 점을 북한에 말해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에 앞서 23일 미국 아시아태평양회의(USAPC) 연설을 통해 "미국과 그 우방들, 이 지역 국가들이 호전적인 성명이나 위협 또는 행동으로 협박당할 것이라는 인상을 털끝만큼도 갖고 (북한대표단이) 떠나면 안된다"면서 "그들이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은 매우 경솔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북핵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3자회담에서 미국과 중국도 각자의 `강력한 견해'를 표시했지만 북한도 종전 입장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의 언급내용을 확인은 하지 않은 채 "우리는 확실히 몇년 동안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왔다"면서 "그래서 그들이 그런 말을 한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보유 발언 여부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한 당국자는 이날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을 하고, 분명히 시인했는지 여부는 일단 오늘 오후 방한하는 켈리 차관보를 통해 전달받은 뒤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미 양국은 이날 오후 베이징 3자회담을 끝낸 뒤 방한하는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와 우리 외교당국자간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북측 의도를 분석하고 공동 대응책을 모색한다. 켈리 차관보는 이날 방한 뒤 윤영관(尹永寬) 외교장관을 예방한 뒤 이수혁(李秀赫) 차관보와 북핵협의를 벌이며, 26일 청와대 관계자를 만난 뒤 일본으로 떠난다. 이에 앞서 베이징에서 열린 북-미-중 3자회담은 24일에 이어 25일에도 3자회동을 갖지 않은 채 미-중, 북-중 양자회담만 가진 채 후속회담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끝났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 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