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가 8일 노무현(盧武鉉) 당선자의 신정부를 `좌파 정권'으로 지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 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개인적으로 김대중 정권은 중도좌파, 노무현 정권은 좌파 정권으로 규정하고 싶다"면서 "(노 당선자가) 한때 미군철수를 주장했고 반미면 어떠냐고 한데다 북핵문제를 보는 시각 등에 대해 친북정권으로 규정해주든 어떻든 언론이나 정치권, 지식인들이 활발히 논의할 시간이 됐다"고 주장했다. 서 대표의 이같은 발언에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보혁대결 구도를 이념대결 구도로 전환하려는 뜻이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보수=수구'라는 등식이 성립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보혁'이라는 용어 대신 `좌우'라는 용어가 설득력을 갖는다는 게 한 핵심관계자의 전언이다. 서 대표는 전날 서울지역 초.재선의원들과 오찬을 하면서 격론을 벌였다고 한다. 한 초선의원이 한나라당이 진정한 의미의 보수정당으로 발전, 보수다운 보수역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자 다른 의원이 "보수에 대한 거부감 극복이 쉽지 않은 만큼 차라리 좌.우 논쟁으로 가는 게 옳다"고 반론을 펴는 등 설전이 벌어졌다는 것. 서 대표는 이에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좌.우 논쟁이 더 유용하다"는 입장을 정리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서 대표가 `국민속으로' 등 당내 개혁파 의원들을 겨냥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개혁 의제와 방향, 속도, 범위 등을 놓고 `노무현식 개혁'과는 차별성을 기해야 한다는 간접 경고의 성격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부 의원의 탈당설이 유포되는 등 당의 구심력이 현저히 저하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 이념대결을 통해 한나라당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함으로써 이를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 중진의원은 "K, K 의원 등 일부 의원의 탈당설이 나돌고 있다"면서 "이들이 떠날 경우 좌파적 정치인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속으로' 간사인 김홍신(金洪信) 의원은 "노무현 정권이 무슨 좌파정권이냐"며 "세상이 변하고 있는 데 색깔 덮어씌우기를 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행태"라고 반발하고 나서는 등 당내 논쟁부터 촉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기자 h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