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세대'가 16대 대선을 통해 '영파워'를 과시하며 새로운 정치 여론세력으로 떠올랐다. 그 동안 정치적 무관심 세대로 인식돼온 10대 후반·20대 초반 세대들이 선거 초반부터 인터넷을 통해 여론 형성에 적극 동참,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치면서 한국 선거사에 한 획을 그었다. 선거 당일인 19일. 미래 유권자들인 고교생 선거 도우미들은 이른 새벽부터 전국 투표소에서 노인들과 장애인들의 투표를 도왔다. 이날 전국에서 활동한 선거 도우미는 모두 5만2천70명으로 이 가운데 90%에 달하는 4만6천여명이 중·고교생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서울 강동구 성내1동 구민건강생활관에 마련된 성내1동 제2투표소에서 오전 6시부터 도우미 활동을 한 상일여고 2학년 구민지양(17)은 "새벽에 투표소를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면서도 "노약자 분들과 장애인들을 도와주니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광진구 구의동 명성여고에 마련된 구의1동 제3투표소에 도우미로 나온 이 학교 1학년 이보람양(16)도 "날이 추워 함께 온 친구와 교대로 실내외 근무를 하고 있다"며 "투표권은 없지만 교실에서 책으로 배운 민주주의를 위해 나도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넷세대들의 정치 참여 의욕이 폭발적으로 높아지면서 투표 연령을 낮추자는 운동이 10대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다. 선거권 연령 낮추기 운동을 펼쳐온 6개 학생단체 연합 '낮추자' 소속 학생들은 이날 오후 서울 명동 유네스코회관 앞에 3개의 투표함을 마련하고 지나가는 만 18세 이상 학생들로부터 실제 대선 투표 절차와 똑같이 표를 받았다. 행사를 진행한 임세온양(16·여·중3)은 "만 18세가 되면 군대에도 갈 수 있는데 왜 투표권만 행사할 수 없느냐"며 "권리와 의무는 동시에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네티즌들은 사이버 세상을 통해 서로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등 '돈 안드는 선거'를 보여주는 데 크게 기여했다. 예상보다 젊은층의 투표율이 저조했지만 인터넷 'N세대'들이 이번 선거에서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지역감정'과 같은 낡은 틀을 깨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해냈다며 기성 세대들도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생애 첫 투표를 한 '새내기 유권자'들도 무척 고무된 모습이었다. 1982년 10월15일생인 김향미씨(숙명여대 국문과 2년)는 "투표권이 주어져 기분은 무척 좋았지만 누구를 찍어야 할지 몰라 투표일 전날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