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직전인 지난 6월27일 5679부대(당시 부대장 한철용 육군소장)가 북한의 결정적 도발 징후가 담긴 대북 통신감청 내용을 확보하고도 북 경비정들의 연이은 NLL(서해 북방한계선) 침범에 대한 `일일 첩보보고'를 통해 `단순침범으로 보인다'고 합참 정보본부에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5679부대는 또 서해교전 전날인 6월28일과 서해교전 당일 북 경비정의 기습도발이 있기 직전에도 우발적 침범에 무게를 둔 의견을 보고한 것으로 확인돼 `한철용폭탄발언' 파문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군 고위관계자는 8일 "한 소장은 6월27일 상부에 보고한 `일일첩보보고'에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북 도발징후를 확신할 수는 없는 통신감청 내용 1건을 첨부하고, `단순침범으로 보인다'고 5679부대의 종합의견을 달았다"며 "그후 28일과 29일에도 `단순침범'과 `우발적 침범' 등에 무게를 둔 의견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 고위관계자는 "6월27일 보고에서 한 소장이 누락시킨 통신감청 내용 2건에는 북의 도발이 임박했다는 상당한 징후가 담겨 있었고, 그가 당일 올린 1건의 앞뒤 맥락이어서 3가지를 종합해보니 결정적 징후였음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소장은 "27일 단순침범으로 정보본부에 보고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한 뒤 "군 수뇌부가 북 경비정의 NLL 침범을 `단순침범'으로 몰아가는 분위기속에서 많은 부하들을 둔 지휘관의 입장에서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5679부대 관계자도 "6월27일, 28일, 29일 단순침범 또는 우발적 침범 등으로 부대의견을 올린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그것이 한 전 부대장의 주장대로 부대원들의 입장을 감안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한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또 국방부.합참.5679부대 등에 따르면 지방선거일인 지난 6월13일 5679부대가통신감청 내용과 함께 ▲북 해군의 전투검열 판정과 관련된 침범 ▲둘째 월드컵 등과 관련한 한국내 긴장고조 의도 배제불가 ▲한국해군 작전활동 탐지 의도 등 3가지종합의견을 적시한 `일일 보고서'를 합참 정보본부에 올렸다는 것이다. 정형진 합참 정보융합처장은 5679부대의 이러한 `일일 보고서'를 토대로 다른정보.작전부대의 정보를 섞어 단순침범 등 3가지 가능성을 적시한 `블랙 북'(일일정보보고)을 만들어 당시 김동신 장관에게 보고했으나, "확실히 정리해 다시 보고하라"고 질책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정 처장은 과장급 실무회의를 열어 `단순침범' 하나로 정리한 `블랙 북'을 다시 만든뒤 5679부대 윤영삼 정보단장을 불러 `단순침범'으로 정리한 `블랙 북'을 주면서 5679부대 일일 보고서도 그에 맞춰 수정해 줄 것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5679부대도 후속조치를 취한 것으로 안다고 군 핵심관계자는 말했다. 한편 국방부 특별조사단(단장 김승광 육군중장)은 이날 서해교전을 전후로 한 5679부대의 통신감청 기록과 `일일 첩보보고', 국방부 정보본부의 `블랙 북' 및 기록,한미 합동회의 기록 등을 넘겨받아 검토하는 한편, 한철용 소장과 윤영삼 대령, 정형진 정보융합처장을 포함한 합참 정보부서와 5679부대 관련자들을 불러 집중 조사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유 기자 l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