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4시 국회 본회의장. 박관용 국회의장이 "장대환 총리 임명동의안이 부결됐습니다"라고 발표하자 본회의장은 일순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이내 한나라당쪽 의석에선 회심의 미소와 함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한나라당으로선 장상 전 총리서리에 이어 다시한번 당의 결속력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쪽 의석에선 "아이고…"하는 장탄식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소속 의원들의 표정은 굳어졌다. 본회의장을 나서는 의원들은 "청와대의 책임이다" (한나라당)"다수당의 횡포다"(민주당)라고 소리쳤다. ◆본회의 진통=당초 오후 2시40분께 예정됐던 이날 표결이 민주당 의원들의 집단퇴장으로 3시30분까지 연기됐다. 한나라당이 '자유투표'로 임할 것으로 보고 표결에 임했던 민주당이 허를 찔리자 정균환 총무가 박 의장에게 정회를 요청한 것. 이에 박 의장이 "양당간 합의가 됐느냐" "합의가 안됐으면 빨리 합의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제히 본회의장을 떠났다. 박 의장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회의를 하다가 이게 무슨 짓이냐"고 화를 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에겐 "민주당 대표가 기다려달라고 요구했다. 정회하지 않고 조금만 기다리자"고 말했다. 박 의장은 "4시까지 복귀하지 않을 경우 표결을 진행시키겠다"고 선언했고,민주당은 의총에서 논란 끝에 "정정당당하게 표대결에 임하자"고 의견을 모으고 철수 40여분 만에 표결에 임했다. ◆"예고됐던 일"=이날의 인준 부결에 대해 한나라당은 "이미 예고됐던 일"이었다며 정국 운영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나라당 고위관계자는 "장 지명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여론을 반영했다"면서 "'다수당의 횡포'라는 역풍은 그리 거세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정경험이 전무한 언론사 사장을 현 정권 핵심과의 친분만을 내세워 행정부 수장직을 맡기겠다는 발상부터가 '무리수'였다"고 말했다. 장 지명자를 천거한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박지원 비서실장에 타격을 입히겠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회창 대통령 후보도 "정치적 접근보다는 민심에 따라야 한다"는 비서진의 권유에 부결쪽으로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본회의에 앞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도 인사청문회 특위 위원들을 중심으로 장 지명자에 대한 강경 성토분위기가 이어졌다. 홍준표 의원은 "박지원 비서실장이 국정마무리가 아니라 국정을 농단하기 위해 장 지명자를 선택했다"며 반대표결을 호소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