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신당창당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신당에 소요될 자금과 재원 염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러차례 당을 만들었던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도 "창당이 그렇게 쉽지 않다"고 말한데서 보듯 신당 창당에는 상당한 자금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제3신당의 경우 '3김(金)' 처럼 독보적 카리스마를 가진 주도자 없이 엇비슷한 인사들이 모여 있어 소요자금 분담 등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자금소요= 창당자금의 경우 정확한 수치는 베일에 가려 있지만 일반적으로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00년 4.13 총선 직전 창당된 민국당의 경우 10억여원 정도 든 것으로 추산된 반면 민주당처럼 대규모 정당의 경우 재창당임에도 최소한 100억원 이상 소요됐다는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따라서 원내 의석 20∼30석 이상의 번듯한 제3신당을 창당하려면 최소한 50억∼70억원은 들여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사무실 임대 및 집기비용, 지구당 창당대회 지원비용 등 당을 만드는데 필요한 비용은 연말까지 들어가는 대선자금에 비하면 '새발의 피'란 지적이다. 97년 대선비용의 경우 선관위 신고액수는 총 623억2천700만원이지만 실제로는이의 30배가 넘는 2조원 이상 투입됐다는 관측이다. ◇재원염출=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창당비용은 국고보조금, 후원금 모금,개인재산.부채 등으로 충당할 수 있다. 창당준비위원회만 구성되면 기존 정당처럼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고 국회에 원내교섭단체로 등록할 경우 창당전이라도 국고보조금도 받을 수 있다. 기존정당인 자민련을 포함한 신당이 내달 15일 이전 교섭단체로 등록할 경우 당장 13억∼14억원을 받는 등 연말까지 총 90억원 가량(대선후보 출마 때)을 지급받을수 있는 것으로 중앙선관위는 추산했다. 그러나 후원금과 국고보조금으로 창당 및 대선자금을 충당하기에는 태부족이어서 사실상 유력정치인의 개인적 자금조달 역량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지난 2월 국회 재산등록액만 1천700억원이 넘는 재력가 정몽준(鄭夢準)의원이 가세해야 신당의 재원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개인재산이나 부채를 창당자금으로 쓸 경우 현행 정치자금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의원측은 "현대라는 뒷배경이 있지만 창당자금으로는 쓰지 않겠다"며창당재원 염출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지난해 5월 창당을 검토했을 때도 '유료당원제'실시를 고려했고 지금도 중앙당 없는 '원내정당화'를 지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 의원이 제3신당에 참여하든, 독자신당을 창당하든 간에 시일이 촉박한 만큼 일부 사재 출연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민당 창당사례= 지난 92년 2월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창업주가 국민당을창당했을 당시 사실상 현대그룹을 총동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처 요원 70명 대부분이 현대직원이었고 대선 지원요원 600명 가운데 절반이상이 현대직원이었다. 당시 현대는 당원배가 운동의 일환으로 그룹내 전직원 17만명에다 직원가족까지포함해 총 100만명에 가까운 '현대가족'을 동원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92년 대선 당시 국민당이 선관위에 신고한 선거비용은 220억원이었지만 창당대회 직후 정씨 일가가 내다판 현대주식 가액만도 2천600억원이었던 만큼 이보다 훨씬많은 자금이 투입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