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정치'가 대박을 터뜨렸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여러모로 기성 정치인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3당합당과 같은 쉬운 길을 마다하고 원칙을 지키다 국회의원선거 3번,부산시장선거에서 1번을 낙선했다. 대선후보 경선도 거액의 자금과 대규모 조직에 의존하지 않고 소수의 참모단과 '노사모'같은 열성적 지지자들로 치렀다. '선택과 집중'의 벤처경영마인드로 표밭을 파고들어 대박을 터뜨리고야 만 것이다. 불과 2개월만에 '노무현 바람'을 일으킨 특이한 역정만큼 그의 경제철학에 대한 궁금증도 높았다. 노 후보는 재벌개혁의 지속적 추진을 주장하고 있다. 또 성장보다는 분배쪽에 관심이 더 많다. 친노동자적 성향이 짙은 인물로 비쳐지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대기업을 긴장시키는 대목이다. 노 후보도 이를 의식해 재계에 유화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재계는 경계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골고루 잘사는 시장으로 가야=노 후보는 시장을 자생력있는 '들풀'이 아니라 끊임없이 돌봐줘야 하는 '고급화초'라고 본다. "시장은 지나친 빈부격차와 낙오하는 사람이 생기는 등 냉혹하고 한계와 실패가 있으며 가끔 독점에 휘둘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주체간의 자유경쟁에 맡기기 보다는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 재벌에겐 규제를 가하고 노동자와 서민,농민에게는 복지예산을 늘려서라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러한 인식에서 비롯된다. "규제완화라는 명분 때문에 재벌개혁을 중단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이같은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나온다. 그렇다고 시장경제체제의 효율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노 후보 참모들은 오히려 "경제적인 면만 보면 노 후보는 철저한 시장주의자"라고 말한다. 원칙을 중시하는 노 후보는 경제에서도 원칙이 바로 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투명성과 신뢰가 확보되면 주가가 약 2.5배이상 뛸수 있다는 맥켄지 보고서에서도 나오듯이 경제에서도 문제의 핵심은 원칙을 세우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에 부정적=노 후보는 정부가 추진중인 철도,전력,가스 등 국가기간산업의 조기민영화에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노 후보진영의 배기찬 정책팀장은 "철도의 경우 세계의 90%가 공기업 상태"라면서 "먼저 공기업화해 전문경영인으로 경영의 효율성을 기한 후 민영화 여부를 검토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가스나 발전산업의 민영화에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 후보의 이같은 입장에는 재벌을 의식한 측면이 없지 않다. 배 팀장은 "3조원이 넘는 발전자회사를 매입할 수 있는 기업이 몇개나 되겠느냐"면서 "결국 재벌의 경제력집중만 심화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노 후보가 대기업의 출자총액한도를 제한하고 은행주식 소유한도를 일정수준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 후보는 그러나 '재벌해체' 운운한 과거발언이 도마에 오르자 "나는 (대)기업에 적대감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노 후보의 재벌관이 당과의 조율과정을 거쳐 어떤 형태로 정책에 반영될지 주목된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