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통령후보로 선출된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27일 "정치적 조건과 환경은 갖춰져 있다"면서 "자연스럽게 여러 정치집단에서 새로운 질서가 시작될 것"이라며 정계개편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치세력을 민주당 중심으로 모으겠다고 밝혔는데. ▲지역정서를 뛰어넘은 광주지역 경선의 결과에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조건과 환경은 갖춰져 있다. 자연스럽게 여러 정치집단에서 새로운 질서가 시작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는 내가 너무 앞서가지 않을 것이다. 당의 중진들과 의논해서 적당히 속도를 조절해나가겠다. --지방선거 특히 부산.경남 지역 선거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야당 후보와 대치되는 개혁 이미지, 서민과 시민을 위하는 봉사자의 이미지를 가진 후보를 내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변호사가 좋다고 생각해 설득중이나 고사하고 있고 한두 사람 더 후보로 올려놓고 검증하고 있다. --김 대통령 탈당문제와 관련한 최근의 언급이 '대통령과 결별하기 위한 것 아니냐, 너무 앞서간다'는 분석이 있는데. ▲해석이 앞서가는 것이다. 대통령이 판단할 일이다. 내가 가타부타 말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냥 보고 있겠느냐'고 해 '그렇다'고 한 것인데 결별수순이라고한 것은 너무 앞서 나간 것이다. 결코 탈당을 바란다는 뜻은 아니다. 김 대통령이 탈당하지 않아도 선거를 치를 각오가 돼있고, 탈당해도 선거를 치를 생각이다. 약간의 유불리를 갖고 이리저리 해달라며 대통령에게 인간적인 섭섭함을 표출하지 않을 것이고 대통령이 섭섭해할까봐 '안된다'고 과잉충성의 몸짓을 할 생각도 없다. --김 대통령과 김영삼(金泳三) 전대통령을 포함한 민주세력 대통합을 주장했는데. ▲정치는 3김(金)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두분이 현실적으로 복귀하지는 않는다. 두 분을 찾아뵙겠다는 것은 민주세력의 단절되고 왜곡된 역사를 복원하겠다는 것이다. 두분이 만나서 화해하는 것은 먼 뒷날에나 가능할 것이다. 화해가 목적이 아니라 두분의 역사와 민주세력의 공과를 포함한 역사를 복원시키기 위한 것이다. --김 전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부산시장 후보 문제를 논의하나. ▲도움을 청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나 당장의 도움보다는 민주세력의 법통을 바로세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치한다는 뜻을 전달하고 인사하기 위한 것이다. 김 전대통령이 이후 어떤 행보를 할 때도 민주세력의 전통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판단해달라는 청을 드릴 것이다. --가족과 친척을 감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우리 아이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아버지의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취향에 따라 살며, 기존의 질서와 문화, 연고.정실 문화에 우호적이지 않은 세대라서 별 문제가 없을 것이지만 국민이 관심이 많다. 앞으로 신뢰할 수 있는 감시 시스템을 만들겠다. --'3당 합당'을 야합이라고 비난하면서 김 전대통령을 찾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책과 철학 면에서 '준비안된 대통령 후보'라는 지적도 있다. ▲3당 합당이 옳지 않아 선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합당을 통해 형성된 질서가 현실적인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합당'과 '분당'은 양김(兩金)의 과오다. 그렇다고 과오가 있는 정치세력을 모두 배척할 수 있는가.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주도세력의 토대는 민주세력이다. 과거의 실책은 평가하되 모두를 비난만한다면 나 혼자만 남게 된다. 반대자를 포섭하면서 큰 정치를 이뤄 합리적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공부를 많이 하고 지적역량이 깊고 넓은 것은 틀림없으나 그것이 좋은 대통령의 유일한 조건은 아니다. 지역을 뛰어넘어 전국적인 지지를 받고 도덕적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시대의 과제와 정신에 맞는 희망을 갖고그 위에 확고한 철학이 있으면 이론적인 문제와 경험은 함께 하는 정치인들의 도움으로 해나갈 수 있다. '집단적 민주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서울=연합뉴스) 이강원기자 gija00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