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규제 완화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와 민주당의 15일 당정협의는 사안의 민감성과 정책결정 절차 등을 감안, 당정이 정책을 확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정부안을 당에 설명하고, 토의하는 간담회 성격으로 진행됐다. 특히 정부측은 한나라당, 자민련과도 똑같은 형식의 간담회 또는 설명회를 가진뒤 여야 정치권의 의견을 수렴, 정부 주도로 최종안을 마련해 정부입법을 추진할 방침이어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이후 달라진 당정관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는 대기업정책이라는 핵심정책 방향을 소수여당인 민주당과의 협의만으로는 정할 수 없는 현실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또 민주당내에선 이러한 정책전환의 일부 내용, 특히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것이 재벌개혁 정책의 후퇴라는 개혁파의 반발도 강력히 제기되고 있어 여당의 당론을 통일시키는 게 쉽지 않은 점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날 회의후 평소와 달리 당측이 회의 내용을 설명하지 않고 이남기(李南基) 공정거래위원장이 설명하면서 "일부 이견도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회의에 앞서 민주당 강운태(姜雲太) 제2정조위원장은 이날 회의 결과를 미리 예측보도한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정부안이 다 나왔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 그러려면 뭐하러 당정협의를 하느냐. 어디 정부안 좀 보자"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등 정부가 민주당과 협의전에 정부안을 흘린 것이 아니냐는 불만을 나타냈다. 진 념(陳稔)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재벌개혁 후퇴 시각을 의식, "NGO(비정부기구)들은 뭐라고 하나"라고 혼잣말처럼 말하자 박병석(朴炳錫) 의원은 "경제정의에 역행한다고 하겠지요"라고 응대하기도 했다. 진 장관은 이에 "너무 과잉 홍보해서 그렇다"고, 이남기 위원장은 "이게 마치 재벌개혁의 핵심처럼 돼버려서요"라고 말했다. 진 장관은 이어 "오늘 자리가 여야정 협의였으면 더 좋았을텐데"라고 야당을 의식하기도 했다. 정세균(丁世均) 의원은 "불필요한 규제는 아예 철폐하되 필요한 규제는 강화해야한다"고 전제, "지금 30대 재벌의 투명성, 공정성이 미흡한 만큼 일단 3조-4조원이상으로 대기업집단 지정 자산기준을 낮춰 일부 규제만 풀고 개선상황을 지켜본 뒤추가 완화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정부안에 반론을 폈다. 정 의원은 또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관련, "출자초과분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면서 "초과분 해소원칙은 지키되 해소시한을 내년 3월말에서 2년 정도 연장하는 게 좋겠다"고 역시 정부안에 대해 다른 견해를 내놓아 당내 '개혁파'의 재벌정책을 반영하려 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기자 k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