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부터 금강산에서 열렸던 제6차 남북장관급회담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다 14일 끝내 결렬됐다. 남북은 일정을 이틀이나 연기하면서까지 현안을 절충했으나,'빈손회담'으로 끝난 것이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는 장기간 경색국면에 빠져들 위기에 처하게 됐다. ◇왜 결렬됐나=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남측의 '테러비상경계조치'에 대한 북측의 불만이다. 북측은 5박6일간의 짧지 않은 기간 중 대부분을 비상경계조치 해제와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남측과 마찰을 빚었다. 막판 쟁점으로 부상했던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2차 회의 장소 문제도 이런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 북측은 비상경계 조치가 내려진 서울은 "안전하지 못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금강산회담을 끝까지 고집했기 때문이다. 남측의 전략 부재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북측의 의도를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이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북한 군부의 강경입장이 회담결렬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있다. ◇남북관계 전망=테러관련 정세에 대한 북측의 내부방침이 변화될 때까지는 남북간 경색국면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북측이 이번 회담에서 줄곧 이 문제를 내세워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홍순영 남측 수석대표는 회담이 끝난 뒤 "북측과 대화는 하겠다"면서도 "테러로 인한 국제정세가 안정되고 남북간 의구심이 불식될 때까지 (본격대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현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불투명해졌다. 남북경협의 후퇴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경협추진위 2차 회의의 장소와 시기를 정하지 못함에 따라 대북 쌀지원도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 관광사업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경의선 철도 및 도로연결,개성공단 건설도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