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박지원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이 8일 사표를 내고 또다시 야인(野人)으로 돌아갔다. 6개월간의 공백 끝에 지난 3월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으로 컴백한지 7개월만이다. 그의 공식적인 사퇴의 변은 여권의 쇄신갈등 파문을 수습하기 위한 것. 박 전 수석은 지난 7일 저녁 김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으나,이날 아침 평소처럼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했다. 박 전 수석은 이어 사표가 수리된 뒤 기자실에 들러 "김 대통령을 충실하게 보좌하지 못한 것을 뉘우치며 물러간다"면서 "대통령 내외를 가깝게 모실 수 있었던 것을 일생의 영광으로 생각하며 앞으로 푹 쉬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국회의원은 입이 있고,청와대 비서는 입이 없다"고 말했다. 변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자신을 비난하는 의원들이 원망스럽다는 뜻을 간접 피력한 것이다. 다분히 민주당 쇄신파를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이례적으로 청와대 각 비서실을 돌면서 이임 인사를 하고 청와대를 떠났다. 그는 '국민의 정부'출범 이전부터 김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해 '왕수석'으로 불려왔다. 문화관광부 장관 시절 남북관계 '밀사역'을 맡아 남북정상회담도 성사시켰다. 이 때문에 여권내 각종 난맥상이 부각될 때 마다 책임론의 '화살'을 맞기도 했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