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간 정상회담은 일본 역사왜곡 파문과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으로 경색된 양국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디딤돌'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결론을 이끌어내기보다는 선언적이고 추상적인 '합의'에 그치는 한계도 드러냈다. 양국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그동안 껄끄러운 현안으로 제기됐던 문제에 대해 명쾌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게 사실이다. 수산당국간에 첨예한 대립을 보여온 '꽁치분쟁'건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보다 계속 논의할 문제로 남겨 두었다. 김 대통령은 "잘못 다룰 경우 한·일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으나,고이즈미 총리는 "금후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찾자"며 확답을 유보했다. 다만 고이즈미 총리가 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국립현충원 및 서대문 독립공원(옛 서대문형무소) 방문을 통해 과거사에 대한 사죄의 뜻을 표명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김 대통령도 정상회담에서 "서대문 독립공원을 방문해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것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의 이런 '반성과 사죄'에 대해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 '다대한 손해' '고통' '진심으로 반성'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사과한 것은 지난 95년 '무라야마 담화'나 98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때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라야마 담화와 파트너십공동선언 모두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줬다''통절한 반성과 함께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 인식과 역사교과서 문제도 여전히 쟁점으로 남겨 놓았다. 고이즈미 총리는 "양국의 역사학자와 전문가로 구성된 공동연구기구를 설치하고 이 기구를 통해 한·일 양국간 교류에 기여하는 역사기술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을뿐 시정약속은 유보했다. 또한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해서도 고이즈미 총리는 "전세계의 누구라도 부담없이 전몰자에 대한 참배가 가능한 그런 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며 우리측의 비난을 피해 나갔다. 향후 일본의 태도 여하에 따라 한·일관계가 완전 복원되느냐,골깊은 냉각상태가 지속되느냐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김영근·홍영식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