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1일 오전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 주재로 총무회담을 갖고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 의원의 '대통령 하야' 발언으로 야기된 국회 파행사태를 논의했으나, 안 의원의 사과 여부를 둘러싼 이견으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 의장은 "국내외적으로 상황이 어려운 만큼 중재에 나설 것"이라며 "오늘만 잘 넘어가면 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한나라당은 이 의장이 의원들의 발언 자제를 요청하고 안 의원 발언중 문제된 부분을 속기록에서 삭제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민주당은 안 의원의 공개사과가 없으면 절대로 국회를 열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총무는 "한나라당 권오을(權五乙) 의원의 경우 발언 수위가 안 의원보다 낮았고,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닌데도 신상발언을 통해 유감의 뜻을 밝힌 전례가 있다"며 "대통령의 권위를 무시하고 현 정부를 친북세력으로모는 발언에 대해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훈석(宋勳錫) 수석부총무도 "이미 언론에 보도됐는데 속기록 삭제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공개사과를 통해 잘못된 주장을 뒤엎는 수밖에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총무는 "속기록 삭제에 유감과 사과의 뜻이다 들어있는데 굳이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국회를 안 하겠다는 의도"라며 "청와대가 화났다고 해서 국회 문을 안 여는 것은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이 총무는 "여당이 본회의 참석을 거부하면 야당 단독으로라도 속개하겠다"고 제의했으나, 이만섭 의장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거부했다. 특히 이날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 의원이 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현 정부의 성격과 대북정책에 대해 '과도한' 표현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협상결렬의 또다른 원인으로 작용했다. 민주당 이 총무는 김용갑 의원의 질문요지라며 '정권교체로 정권주체세력이 반북세력에서 친북세력으로 바뀌었다', '현 정권과 김정일(金正日)이 연대, 남한내 보수우익세력의 씨를 말리기 위해 보수언론을 말살하고 있다', '현 정권이 김정일 체제의 수명 연장을 지원하고 있다'고 적힌 A4용지 1장짜리 문건을 이만섭 의장에게 전달했다. 이 총무는 그러면서 "현 정권을 친북세력, 친북정권으로 규정하고 마치 김정일 위원장과 공모하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데, 이는 대정부질문이 아니라 국론 분열을 위한 주장"이라며 "이런 입장을 가진 정당과 어떻게 대화하느냐"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이 총무는 김 의원 질의에 대해서는 "껄끄러운 부분이 있어서 사전에 협조를 요청하면 순화된 표현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수용 의사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