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은 12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이 시점에 나라가 흩어지고 대립하는 쪽으로 가는 게 안타깝다"며 "나라를 이끌 책임이 있는 여야 지도자가 진지하게 만나 협력과 양보로 나아가길 진심으로 호소한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사제수품 50주년과 팔순을 맞아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교리신학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통일문제, 언론개혁 등으로 야기된 국론분열 상황에 우려를표하면서 강력한 어조로 정치권의 화합을 당부했다. 김 추기경은 "우리 정치와 경제를 책임진 분들이 모두 힘을 합쳐야 할 필요성이있으나 힘을 모으는 것은 안하고 흩어지고 대립하는 쪽으로 가는 게 안타깝다"며 "예전의 상황이 그대로 재연됐다고 할 수는 없으나 1세기 전에도 그런 상황에서 일본에게 먹히지 않았는가"라며 우려섞인 시국인식을 나타냈다. 이른바 '언론개혁'에는 "개혁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그 결과가 좋은지는 잘 모르겠으며 그렇지 못한 느낌"이라며 "언론개혁은 하되 위정자가 자주 언론인을 만나진지하게 얘기하고, 언론이 잘못된 것을 고쳐 달라고 하는 게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김 추기경은 말했다. 김 추기경은 8.15 평양축전 파문과 관련해서는 "너무 오래 끌지 말고 화합 쪽으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추기경은 사제생활을 회고하며 "가난하고 버림받아 도움이 필요한 분들과 내 자신의 삶은 너무 멀지 않았는가 후회된다"며 "내가 하느님 앞에 서게 된다면'50년간 충실하려 했으나 그렇지 못했다. 이 죄를 용서해 달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자책했다. 김 추기경은 낙태와 고아수출 등 현실을 지적하면서 '생명문화'에 언급, "우리의 가치관이 일종의 '죽음의 문화'에 빠져 있다"면서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가치관은 인간존중이며 이는 하느님이 인간을 존엄하게 지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추기경은 무고한 생명이 희생된 미국의 테러사태에 대해 침통함을 감추지 못하면서 "인명손상 등 더 큰 불행, 즉 전쟁 같은 것으로 발전되지 않기를 바란다"고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