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러시아 공식 방문을 마친 지난 18일 이후 지금까지 평양에 도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짐에 따라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18일 아침 러시아 국경을 넘어 귀환한 김 위원장은 같은날 오후 평양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하루 뒤인 19일 함북 청진시의 제696군부대와 라남탄광기계연합기업소를 돌아봤다. 정부의 한 소식통도 그가 기업소 현지지도를 마친 후 함북 모처에서 휴식을 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혀 아직까지 평양에 들어서지 않았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이러한 행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의견을 교환한 북ㆍ러 철도연결 문제를 현지에서 구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 4일 발표된 모스크바 선언에는 "쌍방은...조선반도 북남과 러시아, 유럽을연결하는 철도수송로 창설계획을 실현하기 위하여 필요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공약하면서 조선과 러시아 철도연결사업이 본격적인 실현단계에 들어선다는 것을 선포하였다"고 명기돼 있다. 북ㆍ러 양국이 철도 연결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기로 한 만큼 김 위원장이 역사(驛舍)가 있는 청진시에 머물면서 이를 직접 구상하고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부에서는 김 위원장이 올해 초 중국 비공식 방문(1.15∼20)을 마친 직후 평북신의주시 경공업공장을 현지지도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평양으로 돌아가는 도중 공장ㆍ기업소나 군부대 여러 곳을 돌아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기간에 북한에서 그의 대외활동 실적보다는 공장ㆍ기업소 생산성과가 부쩍 부각됐던 것도 경제부문 현지지도를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또 20여일간 5만여리의 길을 오간 김 위원장이 현지지도에 나선 것은 선군(先軍)정치를 통해 군사력을 강화하고 체제유지에 자신감을 회복함에 따라 점차 경제부문현지지도에도 눈을 돌리면서 '인민적 지도자'로서 이미지를 한층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기자 nks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