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간 남쿠릴열도 어업분쟁이 우리 어선들의 조업착수와 일본측의 사실상 조업 '묵인'으로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양국은 지난 28일부터 사흘간 도쿄(東京)에서 열린 협상에서 '남쿠릴 조업이 러.일 영유권 분쟁과 무관하다'는 우리 정부의 공식입장을 밝히는 선에서 일본이 올해 우리 어선의 남쿠릴 조업을 사실상 `묵인'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이 표면적인 협상결렬에도 불구, 이처럼 내부적으로 외교해결책을 모색한 것은 역사교과서 왜곡문제와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문제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남쿠릴 조업문제를 끝없는 외교현안으로 끌고갈 수 없다는 인식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입장에서는 어장이 좋은 남쿠릴 열도 주변수역에서 사실상 자유조업에 착수하게 됐고, 일본도 '러.일 영유권 분쟁과는 무관하다'는 우리 정부의 공식입장을 확인한 것이 수확으로 꼽힌다. 물론 일본은 우리 어선들의 조업이 본격화될 경우 강하게 항의하는 방식으로 이 수역에 대한 '권리'를 계속 주장, 향후 협상에서의 명분축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케베 쓰토무(武部勤) 일본 농수상도 31일 기자회견에서 우리 어선의 조업을 '위법조업'으로 규정하고 "논리상 단속선에 의한 경고와 나포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강경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가 북방 4개섬을 불법점거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는 신중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해, 남쿠릴 열도 주변수역에서 한국 어선의 조업을 단속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곤란함도 드러냈다. 일본이 자국 배타적경제수역(EEZ)인 산리쿠(三陸) 해상에서의 우리 어선들에 대한 조업불허 조치를 철회하지 않은 것도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입장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비록 이번에 우리 어선의 남쿠릴 조업이 순조롭게 이뤄지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이 아닌 '현안의 우회'의 성격이 짙다. 특히 일본이 '조건부 입어허가'로 포장한 산리쿠 수역 조업불허 조치는 한일 어업협정의 기본정신을 훼손한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정부 당국자는 "앞으로 당장 한일간에 남쿠릴 수역 문제와 관련해 협상을 벌일 것은 없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조업을 예정대로 착수하고, 일본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