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13 총선 서울 구로을 선거에 대한 대법원의 선거무효 판결은 당선자인 민주당 장영신 의원측의 불법선거운동이 "도를 지나쳤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자민련 원철희 의원에 대한 파기환송 판결은 공소내용 자체가 무죄라기 보다는 원심의 심리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어서 하급심 판단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 선거무효 판결 =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장 의원측의 불법행위 중 특히 애경그룹 계열사 및 임직원들을 동원한 불법선거운동은 조직적, 체계적이고 동원인원, 향응비용 등이 많고 광범위해 심히 중대하다"고 밝혔다. 여기에 장 의원 본인이 선거 당일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계열사 직원들이 선거구에 위장전입한 점 등을 고려하면 "선거의 공정을 현저히 저해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총선 당시 당선자인 장 의원과 2위로 이번 소송을 낸 한나라당 이승철 후보간 표차가 4천800여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장의원측의 불법행위가 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선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계열사 중 하나인 애경유화의 경우 대법원이 인정한 불법행위만 해도 임원 지시에 따른 '애경유화 선거전략' 수립, 회사 전직원 300여명의 개인별 성향과 연고 파악, 선거구내 각종 업소의 현황 파악, 선거구민 입당원서 접수에 따른 식사비 등 1천500여만원 지출 등으로 다양한 편이다. 대법원은 "다른 계열사를 동원한 불법선거운동 규모는 애경유화 1개사에서 확인된 정도를 훨씬 넘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원의원 파기환송 = 상고심 재판부가 원심 판결 중 문제삼은 대목은 "업무상횡령 혐의 중 일부에 대해 심리가 부족하다"는 부분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배임 혐의에 대한 검사의 공소장 변경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유죄를 인정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때문에 원심판결을 깨기는 했지만 이를 곧바로 무죄 취지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파기환송심에서 설혹 대법원이 문제삼은 부분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하더라도 당초 형량인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에서 크게 깎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파기환송후 고법 판결이 나면 또 다시 재상고할 수도 있어 원 의원이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상당기간 의원직은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장영신 의원이 의원직을 잃고 원 의원은 한동안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한명은 살고 한명은 죽는' 셈이 됐다. 원 의원의 원심 형량이 이번 판결에서 확정됐을 경우 자민련이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잃게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이번 판결도 절묘하게 균형을 맞춘 듯 하다는 시각도 적지않다. 지난달 서울고법에서 현역의원 7명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동시선고 당시에도 1심에서 4명이었던 당선무효권 의원수를 여야 각 1명씩 줄여 2명으로 만든 바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용 기자